헌재, 사상 두 번째 '대법 판결' 취소…해묵은 갈등 다시 수면 위로
헌재, 사상 두 번째 '대법 판결' 취소…해묵은 갈등 다시 수면 위로
1997년에 이어 25년 만에 갈등 재점화
헌재 '재판이라 하더라도 위헌성 있다면 재판 취소 가능'
충돌 빚게 된 건, '한정위헌'에 대한 견해 차이 때문

법률 해석을 문제 삼는 '한정위헌' 결정이 내려졌는데도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판결을 한 것은 헌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대법원의 재판을 취소하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이는 1997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대법 판결 취소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재판'을 취소했다. 지난 1997년 이후 사상 두 번째 재판 취소다. 헌재는 '재판이라 하더라도 위헌성이 있다면 헌법소원이 가능하고, 재판 취소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결정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다. 향후 두 최고 사법기구 간 갈등이 예상된다.
헌재는 지난 30일 전직 교수 A씨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등의 위헌 여부를 확인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일부 위헌을 결정했다. 이어 A씨의 재심 기각 판결을 취소했다.
해당 조항은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기본권을 침해당했을 때 헌법소원 침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사법권을 존중하는 취지다. 하지만 이날 헌재는 위헌 결정과 대치되는 법원 판결까지 여기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즉, 이러한 판결은 헌재가 개입해 취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두 기관이 '판결 취소'로 대대적인 충돌을 빚게 된 건, '한정위헌'에 대한 견해 차이 때문이다. 한정위헌은 "어떤 조항은 위헌"이라는 단순위헌과 달리 "조항 자체는 위헌이 아니지만, 법원이 ~라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결정이다. 헌재는 한정위헌도 위헌결정의 한 형태로서 법원을 기속(羈束)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견해는 다르다. 이러한 해석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법권은 엄연히 법원에 속하는 영역이고, 법령의 해석과 적용은 사법권의 본질적 권한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번 사건은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뇌물 수수 혐의로 지난 2011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확정 판결 이후 헌재는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한정위헌' 결정을 내놨다. A씨는 이를 근거로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다시 헌법소원을 내게 됐다.
이번에 헌재가 A씨의 재심청구를 기각한 대법원 판결을 취소했지만, A씨 등은 여전히 대법과 헌재 사이 '핑퐁 게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이 헌재의 결정을 따를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고, 한정위헌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따라 다시 재심청구를 기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결 불일치' 등 악순환이 반복되면, 결국 국민만 피해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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