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트북은 안 돼요!”…룸메이트 압수수색 현장, 무고한 당신을 지키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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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노트북은 안 돼요!”…룸메이트 압수수색 현장, 무고한 당신을 지키는 법

2025. 10. 16 16:16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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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룸메이트의 범죄로 내 방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그들이 내 노트북과 휴대폰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당신은 무엇을 외쳐야 할까. 법은 당신 편이지만, ‘이것’을 모르면 내 사생활 전부를 속수무책으로 빼앗길 수 있다.

룸메이트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져도 동거인의 물건은 함부로 가져갈 수 없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내 노트북은 안 돼요!”…룸메이트 압수수색 현장, 무고한 당신을 지키는 법




압수수색의 철칙: 영장은 사람을 가린다, 피의자가 아니라면 당당하라


결론부터 말하면, 수사기관은 당신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갈 수 없다. 모든 압수수색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근거하며, 이 영장에는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와 압수할 ‘물건’이 명확히 특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홍림의 김남오 변호사는 “피의자의 기기만 압수수색 대상”이라고 잘라 말했고,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 역시 “형사소송법에 따라 수사기관은 피의사실과 관련 있는 전자기기만 압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당신이 피의자가 아니고 당신의 물건이 룸메이트의 범죄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압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는 당신이 자리를 비웠을 때도 마찬가지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동거인의 기기는 절대로 압수수색 할 수 없다”며 “동거인인 A씨의 기기는 가져갈 수도 없고,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을 할 수도 없으므로 형사처벌될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법의 대원칙은 명확하다. 죄 없는 제3자의 재산권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침묵'은 '동의'가 될 수 있다…현장에서 내 물건임을 명확히 알려야 하는 이유


하지만 법의 원칙이 현실에서 100% 지켜진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특히 원룸처럼 생활 공간이 뒤섞인 곳에서는 수사관이 물건의 소유자를 일일이 구분하기 쉽지 않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당신의 적극적인 대응이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압수수색은 참여자의 입회 하에 진행하므로 그 단계에서 (본인 소유임을) 소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조언했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할 때 “이 노트북은 내 것이며, 룸메이트의 사건과 무관하다”고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법무법인 로베리 강성백 변호사는 “부재 시 집행에 대비해 전자기기에 이름, 연락처 등을 스티커로 붙여 잘못 가져가는 일이 없도록 방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룸메이트의 물건과 내 물건을 물리적으로 분리해두는 것도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소유권을 증명할 영수증이나 제품 등록 정보를 미리 챙겨두는 것도 현명한 대비책이다.


경찰의 명백한 실수? ‘준항고’와 ‘손해배상’으로 반격하라


만약 당신의 명확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실수 혹은 고의로 당신의 물건을 압수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는 ‘준항고(準抗告)’라는 카드를 꺼내야 한다. 쉽게 말해 "경찰의 이 압수는 잘못됐으니, 판사님이 직접 판단해서 돌려주라고 명령해주세요"라고 법원에 직접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다. 헌법재판소 역시 수사기관의 압수 처분에 대해 준항고가 가능하다고 확인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2헌마925).


위법한 압수로 인해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봤다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길도 열려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물건을 압수하고 목록도 작성하지 않은 경찰의 행위를 불법행위로 인정,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대법원 2001다47290). 조기현 변호사는 “함부로 가져가면 경찰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해당 경찰관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 폰에서 나온 불법 자료, 처벌될까?…‘독수독과’ 원칙이 당신을 지킨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보자. 위법하게 압수된 당신의 휴대폰에서 우연히 불법적인 자료가 발견된다면 당신도 처벌 받을까? '독이 든 나무에서는 독이 든 열매가 열린다(毒樹毒果)'는 이 원칙은, 시작부터 잘못된 증거(위법하게 압수된 내 휴대폰)에서 나온 또 다른 증거(그 안에서 발견된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증거계의 출생의 비밀'과 같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위법하게 압수된 당신의 기기에서 나온 자료는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다만 김경태 변호사는 “명백한 범죄 증거(예: 아동성착취물 등)가 발견된다면 예외적으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법의 보호에도 예외는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신의 권리를 명확히 알고, 압수수색 현장에서 당당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마지막 팁 하나. 압수수색이 종료되면 경찰은 '압수목록'을 현장에서 교부해야 한다. 여기에 당신의 물건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 자리에서 즉시 "이것은 피의자의 물건이 아니다"라고 이의를 제기하고, 그 사실을 목록에 기재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이 작은 행동이 훗날 법정에서 당신의 무고를 증명할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법은 잠자는 자가 아닌, 아는 만큼 행동하는 자의 권리를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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