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월세 9400만원 밀리고 ‘적반하장’ 소송…세입자의 무리수, 그 끝은?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단독] 월세 9400만원 밀리고 ‘적반하장’ 소송…세입자의 무리수, 그 끝은?

2025. 08. 04 15:33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법원 "증거도, 자격도 없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코로나19 불황으로 장사가 어려워져 월세가 밀리기 시작한 식당 주인 A씨. 보증금 3500만 원은커녕, 밀린 월세와 건물주에게 빌린 돈까지 합쳐 빚은 9400만 원으로 불어났다. 결국 “빚 일부라도 갚지 못하면 가게를 비우겠다”는 각서까지 쓴 A씨는 1년 반 뒤 가게를 떠났다.


그런데 가게를 비운 A씨가 돌연 건물주 B씨를 상대로 3000만 원이 넘는 소송을 제기했다. 밀린 월세는 차치하고, 오히려 건물주가 자신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황당한 소송의 결말은 어땠을까.


서울남부지방법원 주채광 판사는 지난 7월 8일, 원고 A씨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며 A씨의 주장이 법적으로 설득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세입자 A씨의 2가지 주장

A씨는 2가지를 문제 삼았다.


첫째는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였다. A씨는 “2021년 말부터 가게를 넘기기 위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려 했지만, 건물주 B씨가 터무니없이 높은 보증금과 월세를 요구해 계약이 무산됐다”며 “B씨의 방해로 날아간 권리금 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둘째는 ‘유익비 상환 청구’였다. A씨는 “식당 바닥 타일 공사와 도시가스 설치에 1070만 원을 썼고, 이로 인해 가게의 가치가 올랐으니 건물주가 이 비용을 돌려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법원 "권리금, 보호받을 ‘자격’부터 없다"

법원은 A씨의 권리금 주장을 두 가지 이유로 일축했다.


우선, A씨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아무런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신규임차인을 주선했다거나, 피고가 현저히 고액의 월차임을 요구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더 결정적인 이유는 A씨가 이미 권리금을 보호받을 법적 자격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상가임대차법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보호하지만, 3개월 치 이상의 월세를 연체한 임차인은 그 보호 대상에서 제외한다.


법원은 A씨가 권리금 회수를 시도했다고 주장한 2021년 말에는 이미 3개월 치를 훌쩍 넘는 월세가 연체된 상태였음을 지적했다.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의무부터 저버렸다는 것이다.


법원의"공사비, ‘원상회복’ 약속으로 포기한 셈"

가게 가치를 높인 공사비를 돌려달라는 ‘유익비’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유는 임대차계약서에 무심코 서명했던 ‘원상회복’ 조항 때문이다.


재판부는 A씨가 최초 임대차계약 당시 “계약이 끝나면 가게를 원래 상태로 복구해 반환하기로 약정한 사실”을 인정했다. 법원은 통상적으로 이 ‘원상회복’ 약정을 임차인이 유익비 상환 청구권을 미리 포기한 것으로 해석한다.


A씨는 빚 독촉을 받던 2022년 12월, “가게를 포기하고 원상회복하여 인도하겠다”는 내용의 각서에 한 번 더 서명하며 자신의 권리를 재차 포기한 셈이 됐다. 재판부는 또한 A씨가 자신의 공사로 가게의 가치가 실제로 증가했는지, 그 가치가 현재까지 남아있는지에 대해서도 증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법원은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까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참고]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가단293065 판결문 (2025. 7. 8. 선고)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