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증여하고 복도로 쫓겨난 80대 '현대판 고려장'…재산 돌려받을 법적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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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증여하고 복도로 쫓겨난 80대 '현대판 고려장'…재산 돌려받을 법적 방법은?

2025. 11. 11 11:45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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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 조건' 부담부증여 입증 시 재산 반환 가능

'존속유기죄' 형사 고소도 검토

부양의무 불이행 시 6개월 내 '증여 해제' 가능

2022년 8월 19일, 수십억 원대 건물을 자녀들에게 증여한 80대 할머니가 복도에서 13일째 생활 중인 모습이 재조명됐다. /궁금한 Y 유튜브 캡처

지난 2022년, 서울 중구의 한 랜드마크 아파트 복도에서 80대 할머니가 13일째 쫓겨나 생활하던 '현대판 고려장' 사건이 최근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당시 방송에 따르면, 80대 할머니는 30도를 웃도는 복도 바닥에 얇은 매트 한 장을 깔고, 수백 미터 떨어진 관리사무소 공용 화장실을 이용하며 음식까지 줄여가며 버티고 있었다.


이유는 충격적이었다. 2년 전부터 함께 살던 막내딸이 "이사 가는 날짜에 맞춰 집을 나가 달라"는 문자 통보와 함께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꿔버린 것이다.


"내가 이렇게 살 진 몰랐다"는 할머니의 사연이 더 기막힌 것은, 할머니가 과거 자녀들에게 수십억 원대 건물을 증여했다는 점이다. 큰아들과 큰딸에게 각각 수십억 원 상당의 건물을, 막내딸에게는 월 600만 원 수익이 나오는 고시텔(이후 큰아들에게 소유권 이전)을 증여했다.


모든 것을 내어주고 복도로 내몰린 '현대판 고려장'. 과연 할머니가 자녀들을 상대로 재산을 되찾거나 부양을 강제할 법적 방법은 없을까.


핵심 쟁점…'단순 증여'인가, '부담부 증여'인가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을 돌려받는 것은 법적으로 매우 어렵다. 우리 민법(제558조)은 이미 이행(등기 이전)이 끝난 증여는 원칙적으로 해제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바로 '부담부 증여(상대부담 있는 증여)'를 입증하는 것이다. '부담부 증여'란 "재산을 줄 테니, 나를 부양하라"는 식의 조건을 단 계약을 말한다. 이 경우 자녀가 부양이라는 부담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는 단순한 배신이 아니라 채무 불이행, 즉 계약 위반이 된다.


할머니는 자녀들을 상대로 '부담부 증여' 계약 해제를 주장하며 재산의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반드시 "나를 부양하라"는 서면 계약서가 없어도 된다. 법원은 할머니가 80대 고령이라는 점, 자녀들에게 거액의 재산을 증여한 점, 막내딸에게 전세자금을 지원하며 함께 거주한 점 등을 종합해, 자녀를 부양하는 것을 전제로 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


긴급 조치…6개월의 '증여 해제' 기한

'부담부 증여' 입증과 별개로, 더 시급한 조치도 있다. 우리 민법(제556조)은 증여를 받은 사람이 증여한 사람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증여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직계혈족인 자녀들은 80대 노모가 스스로 생활할 수 없는 경우 명백한 부양의무(민법 제974조)를 진다. 영상에서 자녀들이 할머니를 문전박대한 것은 명백한 부양의무 불이행이다.


다만, 이 해제권은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해제 원인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행사해야 한다는 점이다(민법 제556조 제2항). 이미 방영한지 오래된 사건이기에 제척기간이 지나 증여 해제 주장은 어렵다.


현실적 대안…모든 자녀에게 부양료 청구

수십억대 건물을 당장 되찾아오는 것이 복잡하다면, 즉각적인 생활 유지를 위한 부양료 청구 소송도 가능하다.


부양의무는 비밀번호를 바꾼 막내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십억 원대 건물을 증여받아 경제적 여유가 있는 큰아들과 큰딸 역시 어머니에 대한 2차 부양의무를 진다.


할머니는 가정법원에 막내딸은 물론, 큰아들과 큰딸 모두를 상대로 과거 자신이 부양받지 못한 기간의 비용과 장래의 부양료(매월 일정액)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형사 처벌…'존속유기죄'와 '노인학대'

자녀의 행위는 민사 책임을 넘어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존속유기죄(형법 제271조)는 법률상 보호 의무가 있는 자가 나이가 많거나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부모를 유기했을 때 성립한다. 80대 노모를 집에서 내쫓아 복도에서 생활하게 방치한 행위는 유기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존속유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무겁게 처벌된다.


또한, 노인복지법은 노인의 의식주를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나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식의 정서적 학대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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