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면대에서 발 씻다 '와장창'...수리비는 세입자 몫일까?
세면대에서 발 씻다 '와장창'...수리비는 세입자 몫일까?
세입자 '구조적 결함' vs 임대인 '비정상적 사용' 팽팽...법조계 '임대인 수선 의무'에 무게

세면대에서 발을 씻다 파손된 경우 수리비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세면대에서 발을 씻다 세면대가 파손됐다면 수리비는 누가 내야 할까?
세면대에서 발을 씻다가 갑자기 '와장창' 소리와 함께 세면대가 무너져 내렸다. 세입자는 수리를 요구했지만, 집주인은 "용도에 맞지 않게 썼다"며 수리비 폭탄을 예고했다.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법조계는 세입자의 통상적 사용으로 보고, 시설물 하자에 무게를 둬 임대인 책임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세면대는 발 씻는 곳 아냐"…수리비 폭탄 예고한 집주인
최근 한 세입자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세면대에서 발을 씻던 중 갑자기 세면대가 앞으로 고꾸라지며 연결 부위가 박살 난 것이다. 임대인에게 수리를 요청하자 돌아온 것은 "세면대는 발 씻는 곳이 아니다. 통상적 사용법이 아니니 당신 책임"이라는 차가운 답변이었다.
세입자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전에도 세면대 연결 부위가 헐거워진 적이 있어 확인해보니, 볼트 하나로 위태롭게 고정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는 임대인에게 구두로 개선을 요청했지만, 임대인은 "들은 바 없다"며 발뺌하는 상황.
세입자는 구조적 결함을, 임대인은 사용상 부주의를 주장하며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법조계 "세입자 과실 단정 못 해…수리 의무는 임대인에게"
이 사연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임대인의 책임에 무게를 뒀다. 세면대에서 발을 씻는 행위가 사회 통념을 벗어난 비정상적 사용으로 보기 어렵고, 근본적인 원인은 시설물의 구조적 하자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변호사는 "세면대에서 발을 씻는 행위 자체가 사용자의 의도적 파손이나 비정상적인 사용으로 보기 어렵고, 일반 가정에서도 흔히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만약 세면대가 정상적인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쉽게 무너졌다면, 이는 구조적 문제 또는 노후화 문제일 가능성이 크므로 세입자의 과실로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민법 제623조(임대인의 수선의무)에 근거한다. 해당 조항은 임대인이 계약 기간 동안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데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한다. 세면대, 수도, 배관 등 기본적인 시설의 유지·보수 책임은 원칙적으로 임대인에게 있다는 의미다.
부실 시공이 원인이라면?…대법원 "수리 책임은 집주인"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통상적 사용'의 범위와 '시설물 하자'의 책임 소재다. 법원은 임차인이 일상적인 생활 과정에서 시설물을 사용하다 생긴 마모나 가치 감소, 즉 '통상의 손모(損耗)'에 대해서는 임차인에게 원상회복 의무가 없다고 본다.
대법원 판례(2012다86895)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임대차 목적물의 파손이 임대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인해 발생했다면, 그 하자를 보수하고 제거하는 것은 임대인의 의무라는 것이다. 세입자가 하자를 미리 알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은 파손에 대한 책임을 세입자에게 물을 수 없다.
이번 사건처럼 세면대가 볼트 하나로 부실하게 설치된 것은 '임대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의 하자'로 볼 여지가 크다. 세입자가 발을 씻은 행위는 파손의 계기가 됐을 뿐, 근본 원인은 부실한 설치에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수리 의무는 임대인에게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분쟁 막으려면 '증거'가 왕…사진·내용증명 필수
전문가들은 억울한 책임을 피하려면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파손된 세면대의 상태, 특히 볼트 하나로 연결된 구조적 문제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해둬야 한다. 과거 임대인에게 수리를 요청했던 문자메시지나 통화 녹음이 있다면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증거를 바탕으로 임대인에게 수선의무를 명시한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는 것이 좋다. 내용증명 자체는 법적 강제력이 없지만, 추후 분쟁조정이나 소송 과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는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된다.
만약 임대인이 끝까지 수리를 거부한다면, 세입자가 먼저 자기 비용으로 수리한 뒤 임대인에게 비용 상환을 청구(민법 제626조 필요비상환청구권)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수리 전후 사진과 견적서, 영수증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원만한 해결이 어렵다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나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