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아기 데리고 왕복 7시간 면접 길 다녀가라고?…법원의 저울은 '아이 복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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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 아기 데리고 왕복 7시간 면접 길 다녀가라고?…법원의 저울은 '아이 복리'로

2025. 11. 06 10:2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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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사는 엄마 vs 수원 사는 아빠, 면접교섭 장소 갈등…법조계 "비양육 부모가 아이 있는 곳으로 오는 게 원칙"

이혼한 전남편이 18개월 아기를 데리고 먼 거리로 오라고 요구하는 것은 '자녀의 복리' 원칙에 어긋난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이혼한 전남편이 왕복 7시간 거리의 자신 집으로 18개월 아기를 데리고 오라고 법적 분쟁이 불거졌다. 법조계는 아이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비양육자인 아버지가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주에 사는 엄마 A씨는 18개월 아기를 데리고 수원까지 오라는 전남편의 요구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두 살도 안 된 아기를 안고 왕복 7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가는 것은 상상조차 힘든 일이었다. 법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왕복 7시간… 18개월 아기에겐 너무 가혹한 길"


지난 5월 이혼한 A씨는 18개월 된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다. 아이 아빠인 B씨는 수원에, A씨와 아이는 전주에 산다. 법원은 이혼 판결에서 B씨의 면접교섭권(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가 자녀를 만나고 교류할 권리)을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장소는 정하지 않았다.


갈등은 여기서 터져 나왔다. B씨는 "재혼한 아내와 아이를 돌봐야 한다"며 A씨에게 아이를 데리고 수원으로 오라고 요구했다. A씨는 "판결문에도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복리를 생각하며 이행하라'고 되어 있는데, 이 먼 거리를 아기가 감당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가슴을 쳤다.


"법은 누구 편? 아이 복리가 최우선"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전남편의 요구는 부당하다"고 잘라 말했다. 면접교섭의 제1원칙은 민법 제837조의2가 명시한 '자녀의 복리'이기 때문이다. 즉, 부모의 편의가 아닌 아이의 이익이 절대적인 기준이라는 의미다.


김의지 변호사(법률사무소 엘엔에스)는 "18개월 영아가 7시간 이상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것은 신체적, 정서적 부담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양육자가 재혼했다는 사정은 면접교섭 장소 결정의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B씨의 개인적인 사정이 아이의 고통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홍경열 변호사(법률사무소 율선) 역시 "판결문에 장소가 명시되지 않았다면, 기본적으로 면접교섭자가 아이가 있는 곳으로 오는 것이 맞다"며 "무조건 자기 있는 곳으로 오라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법원 판례(2017스628 결정)가 자녀의 나이, 건강 상태, 양육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아이에게 가장 이로운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조정위원 말 한마디 vs 판결문, 효력은?"


B씨는 이혼 조정 당시 "조정위원이 수원에서 면접교섭을 하라고 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적 효력은 최종 확정된 판결문이나 조정조서의 '문구'에서만 발생한다. 임은지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설령 조정위원이 그런 말을 했더라도 판결문에 명시되지 않았다면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남편의 일방적 주장일 뿐 꼭 들어줘야 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거절하면 '면접교섭 방해'?…'정당한 거절'입니다"


A씨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B씨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했을 때 '면접교섭 방해'로 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이의 복리를 해치는 불합리한 요구에 대한 거부는 '정당한 거절'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장휘일 변호사(더신사 법무법인)는 "아이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면접교섭의 취지에 맞지 않는 일방적 요구"라며 "전주에서 진행할 것을 요청하는 것은 충분히 타당한 주장"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A씨에게 우선 B씨와 대화 내용을 증거로 남기면서 '전주-수원 교대 방문'이나 'B씨가 아이를 데리러 오고 데려다주는 방식' 등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라고 권했다. 만약 협의가 끝내 결렬된다면, 법원에 '면접교섭 방법 변경 심판'을 청구해 장소와 방법을 명확히 정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정재영 변호사(법무법인 태강)는 "법원에 이행방법 변경 신청을 하면 아이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면접교섭이 이뤄지도록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법의 저울은 부모의 편의가 아닌, 말 못 하는 18개월 아기의 편안함과 안정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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