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챗서 '20살' 말만 믿었다가…아청물 함정일까
랜챗서 '20살' 말만 믿었다가…아청물 함정일까
법조계 "고의성 부인이 관건, 즉시 삭제는 유리한 정황"

성인인증 앱에서 성인이라는 말에 속아 아청물로 의심되는 영상을 구매한 대학생이 불안에 떨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성인인증이 필수인 앱에서 '20살'이라는 말만 믿고 영상을 샀는데, 혹시 아청물(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일까 너무 불안합니다."
22살 대학생 A씨가 겪은 아찔한 경험이다. 전문가들은 판매자를 성인으로 믿을 만한 정황이 있었고 의심 즉시 삭제·탈퇴했다면,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처벌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성인인증' 믿었는데…순식간에 범죄자 될라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2살 대학생 A씨는 최근 성인인증을 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랜덤채팅 앱을 이용하다가 "영상을 판다"는 20살 여성의 글을 보게 됐다. A씨는 라인 메신저로 대화를 이어갔고, 상대방이 자신을 "다음 달 졸업하는 20살"이라고 소개하자 별다른 의심 없이 영상을 구매했다.
하지만 다운로드한 영상에 미성년자로 의심되는 인물이 등장하자 A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즉시 모든 영상을 삭제하고 사용했던 랜덤채팅 앱과 라인을 모두 탈퇴했다.
그러나 한순간의 실수가 '아청물 소지'라는 주홍글씨로 새겨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처벌 핵심은 '고의성'…"알면서 샀나"가 쟁점
법조계는 A씨의 사례에서 처벌 여부를 가르는 핵심 키워드로 '고의성'을 꼽는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11조 제5항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이를 구입하거나 소지·시청한 자'를 처벌 대상으로 명시한다. 즉, 구매 당시 아청물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처벌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김경태 변호사는 "성인인증이 필요한 플랫폼에서 상대방이 스스로 20세라고 밝힌 점, 아청물임을 암시하는 어떠한 표현도 없었던 점은 고의성 부인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현 변호사 역시 "영상을 발견한 후 즉시 삭제하고 계정을 탈퇴한 점은 고의성이 없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정황"이라고 강조하며, 이러한 즉각적인 조치가 범죄 의도가 없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하급심도 "암시 없었다면 무죄"…증거 확보는 필수
실제 법원의 판단도 '고의성'을 엄격하게 본다. 과거 수원지방법원은 한 판결(2022고합886)에서 "트위터 판매 광고글 자체에 미성년자임을 암시하는 내용이 없었고, 구매자가 판매자 프로필의 나이 기재를 보지 못한 경우, '아청물임을 알면서 구입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A씨의 경우처럼 판매자가 스스로 성인임을 내세우고 성인인증 플랫폼을 이용했다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할 유력한 근거가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변호인들은 만일의 수사 상황에 대비해 증거를 확보해 둘 것을 권고한다. 백창협 변호사는 "우선은 대화 내역을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사건화가 된다면 고의성을 부정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으며,
이진규 변호사 역시 "해당 대화 내역은 별도로 보관해 두시기를 권유드립니다"고 말했다.
다만, 법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의심되는 영상 자체를 보관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소지죄'에 해당할 수 있어 절대 금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