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 떼먹고 잠수' 돈 받는 법, 변호사들 답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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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금 떼먹고 잠수' 돈 받는 법, 변호사들 답은 달랐다

2026. 04. 09 16:0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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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지급명령'이냐 '확실한 민사소송'이냐…주소 모를 때 정답은?

성범죄 피해 후 가해자가 합의금을 미지급하고 잠적한 경우, 합의 파기를 근거로 위약벌 청구와 함께 형사고소를 다시 제기하여 압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AI 생성 이미지

랜덤채팅 성범죄 피해 후 가해자와 합의했지만, 돈을 떼이고 연락이 끊겼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피해자의 손에 남은 건 가해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뿐.


이 막막한 상황을 타개할 해법을 두고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신속하지만 위험 부담이 있는 '지급명령'과, 다소 느리지만 확실한 '민사소송' 중 무엇이 정답일까.


합의서에 적힌 '위약벌'은 얼마나 받을 수 있으며, 약속을 깬 가해자를 다시 '형사고소' 할 수는 없을까.


주소 모르는 가해자…'지급명령' vs '민사소송' 전문가들 갑론을박


랜덤채팅 앱에서 통신매체 이용음란죄 피해를 본 A씨. 가해자와 더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조건(부제소 합의)으로 합의서를 썼지만, 첫 지급일부터 약속은 깨졌다.


이 상황에서 일부 변호사들은 신속성을 내세워 '지급명령' 제도를 추천했다. 지급명령은 법원 출석 없이 서류 심사만으로 상대에게 돈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절차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질문자님 사안은 지급명령부터 진행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입니다"라며 "만약 상대가 이의하면 자동으로 민사소송으로 전환되므로 그때 다투면 됩니다"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 전략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주소'다. 지급명령 서류가 상대방에게 정확히 전달(송달)되어야 효력이 발생하는데, 주소를 모르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변호사가 이 점을 지적하며 '민사소송'이 더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반박했다. 법무법인 쉴드 임현수 변호사는 "지급명령은 주소를 정확히 알아야 진행할 수 있으므로, 현재 상황에서는 정식 민사소장을 접수하면서 통신사에 사실조회 신청을 병행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장 알맞은 방법입니다"라고 단언했다.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을 통해 가해자의 전화번호로 통신사에 인적사항 조회를 요청할 수 있어, 숨어버린 가해자의 주소를 합법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 역시 "가해자의 주소지를 모르시기 때문에 지급명령은 송달 문제로 부적합하며 통신사 사실조회를 동반한 민사소송 및 소액사건심판을 제기하는 것이 적절한 실무 방안입니다"라고 거들었다.


합의서의 '위약벌' 조항, 약속대로 다 받을 수 있을까?


A씨의 합의서에는 '합의 내용을 어길 시 위약벌을 지급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이는 약속을 깬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강력한 무기다.


변호사들은 대부분 위약벌 조항이 유효하며, 합의금과 함께 청구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이 금액이 과도하다고 판단하면 일부 감액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런데 여기서 법률사무소 태희 민경남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매우 유리한 법리적 해석을 제시했다. 그는 "위약벌은 손해배상액 예정 법리와 달리 법원에서 직권으로 감액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뢰인님께 매우 유리한 사정이지만, 가해자 측에서 합의 무효나 과도한 금액이라는 억지 주장을 펼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라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 손해배상 약속과 달리 '벌칙'의 성격이 강한 위약벌은 법원이 함부로 깎기 어려워 약속한 금액을 그대로 받아낼 가능성이 높지만, 동시에 상대방의 반격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중요한 지적이다.


최후의 카드, '형사고소' 다시 꺼내도 될까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는 바로 '형사고소'다. A씨는 합의 당시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부제소 합의)'고 약속했지만, 이는 상대방이 합의금을 제대로 지급한다는 조건 아래 성립하는 약속이다.


상대가 약속을 깼다면, 피해자 역시 약속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윤준기 변호사는 "부제소 합의를 하셨더라도 상대방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이상 형사고소 등 추가 조치도 다시 검토해 보실 수 있습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조언을 더했다. 그는 "저희가 유사 사안을 다수 수행하며 파악한 중요 쟁점으로는 가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합의를 해제하고 형사 고소를 다시 진행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합의 불이행을 근거로 형사 압박을 병행하는 전략이 피해금 회수에 훨씬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합의금을 떼먹고 잠적한 가해자를 상대하는 것은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라, 민사상 압박과 형사상 압박을 모두 동원해야 하는 복합적인 싸움이다. 전문가들은 혼자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초기부터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치밀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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