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걷어찬 학생 잡았더니, '감금'이라며 고소 협박한 아버지
'문' 걷어찬 학생 잡았더니, '감금'이라며 고소 협박한 아버지
5분간의 경찰 인계, 법의 심판은 누구에게 향할까?

A씨가 현관문을 훼손한 중학생을 경찰에 인계하자, 학생의 아버지가 찾아와 감금죄를 주장했다. /AI 생성 이미지
집 문을 발로 찬 중학생을 붙잡아 경찰에 인계했더니, 학생의 아버지가 한밤중에 찾아와 '감금죄'로 고소하겠다며 고함을 질렀다.
피해자는 순식간에 가해자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억울해할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아버지가 협박과 주거침입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황당한 '벨튀' 장난이 이웃 간의 험악한 법적 다툼으로 번진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다.
'문쾅' 소리에 놀라 CCTV 확인…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범인
평화롭던 휴일 오후, A씨의 집 현관문에서 '쾅쾅' 소리가 울렸다. 문에는 긁힌 자국이 선명했다. 관리사무실에서 CCTV를 확인한 A씨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3명이 장난을 치고 달아난 사실을 확인하고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데 A씨의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바로 아래층에서도 똑같은 피해가 발생해 경찰이 출동하는 등 아파트가 소란에 휩싸였다.
경찰에 안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A씨는 엘리베이터에서 CCTV 속 학생과 우연히 마주쳤다. A씨가 "이 아파트 사니? 오늘 친구랑 여기 온 적 있니?"라고 묻자 학생은 순순히 범행을 시인했다.
A씨는 곧바로 경찰관에게 연락해 1층에서 만나기로 하고 학생과 함께 내려갔다. A씨가 학생에게 말을 걸고 경찰에게 인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5분. 어떠한 신체 접촉이나 강압도 없었다.
"내 아들 감금했냐" 한밤중 찾아온 아버지의 '2차 가해'
사건은 여기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약 2시간 뒤인 밤 8시, A씨의 집 초인종이 울렸다. 문밖에는 학생의 아버지가 서 있었다.
그는 다짜고짜 "애가 학원 가야 하는데 감금·협박하고 질질 끌고 갔다"며 고소하겠다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우리 애가 아니라는데, 왜 경찰에 데려갔냐", "이 층에 오면, 다 우리 애가 한 거냐"는 고함이 복도를 울렸다.
가해 학생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방문과 위협적인 행동에 A씨와 그의 아이는 극심한 공포와 불안에 떨었다. 결국 A씨는 신변의 위협을 느껴 다시 경찰을 불러야 했다.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한밤중에 협박을 당하는 '2차 가해'에 직면한 것이다.
변호사들 "감금죄 성립 불가…오히려 아버지가 처벌 대상"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법률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감금죄는 성립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기현 변호사는 "질문자님께서 중학생을 경찰에 인계한 행위는 형사소송법 제211조 및 제212조에 따른 현행범 체포 또는 법률상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합법적인 대처"라며 "단 5분의 시간 동안 신체 조치 없이 동행한 것을 감금이나 협박이라 주장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학생 아버지의 행위가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기현 변호사는 "가해 학생 아버지를 상대로는 협박죄 및 주거침입죄로 형사고소를 진행할 수 있다"며 "피해자의 집까지 찾아와 고성을 지르고 허위 사실로 고소하겠다며 위협을 가한 행위는 질문자님과 자녀분에게 공포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므로 형법상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아버지를 '무고죄'로 고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랐다. 한대섭 변호사는 "형법 제156조 무고죄는 상대방이 타인을 형사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경찰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고소장을 정식으로 접수했을 때 비로소 성립한다"며 "말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단계만으로는 아직 무고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완벽한 고소' 위한 증거 확보와 전문가 조력 중요
전문가들은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철저한 증거 수집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안 변호사는 "대응은 감정적으로 맞서기보다, 첫 번째 문 훼손·초인종 장난 사건과 두 번째 부모의 방문·고함 사건을 분리해서 정리하셔야 한다"고 강조하며, "통화기록, 출동기록, CCTV 보존요청, 문 사진, 아이가 불안해한 상황, 아버지 발언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진채 변호사는 "수사는 고소인 조사를 시작으로 진행되므로, 고소인 조사 시 어떤 방식으로 진술해야 하는지를 사전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준비되지 않은 진술은 사건의 핵심을 흐릴 수 있기에,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실제와 같은 진술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조사에 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