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의 배신, 지적장애 여성 성폭행…'최소 징역 10년' 중범죄
상담사의 배신, 지적장애 여성 성폭행…'최소 징역 10년' 중범죄
법원, '성적 자기결정권 불가' 판단 시 동의 여부 무관 '장애인 강간죄' 적용…보호·감독자 신분일 경우 형량 1.5배 가중

지적장애 20대 여성에게 최신폰을 사주겠다며 꼬드겨서 임신시킨 상담사에게는 어떤 처벌이 내려질까? /셔터스톡
"최신폰 사줄게" 지적장애 20대 성폭행 임신시킨 상담사, 법의 철퇴는?
믿었던 상담사에게 성폭행당해 임신까지 한 20대 지적장애 여성의 사연이 공분을 사고 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순수한 신뢰를 악용했으며, 법조계는 이 사건이 단순 강간을 넘어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형까지 가능한 중범죄라고 경고한다.
"최신폰 사줄게"…무너진 신뢰, 짓밟힌 순수함
정신연령이 유치원생 수준에 머무는 지적장애 2급 여성 A씨(25)의 삶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평소 다니던 심리상담센터에서 만난 한 남성이 A씨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최근 A씨의 배가 불러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가족이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임신 중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으면서 비극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가족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A씨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상담센터에서 알게 된 남성이 "매주 성관계를 하면 최신 휴대폰을 사주겠다"고 꼬드겼다는 것이다. A씨는 분명히 "하기 싫었다"고 저항 의사를 밝혔지만, 남성은 막무가내였다. A씨는 "아파서 그만하고 싶다고 했지만, 남성이 입을 막고 계속했다"고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털어놓았다.
'동의'와 무관한 성폭력…핵심은 '장애인 강간죄'
법률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단순 강간을 넘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이 규정하는 **'장애인 강간죄'**에 해당한다고 분석한다. 해당 조항은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강간한 자를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해, 일반 강간죄(3년 이상 징역)보다 법정형의 하한선이 월등히 높다.
핵심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 능력이다. 박성현 변호사는 "피해자가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이뤄진 성관계는 강간으로 간주된다"고 지적했다. 즉, A씨가 지적장애로 인해 성관계의 의미나 결과를 온전히 이해하고 동의할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될 경우, 겉으로 드러난 동의나 저항 여부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범죄가 성립한다는 의미다.
믿었던 '보호자'의 배신, 1.5배 무거워지는 죗값
특히 가해자가 심리상담센터 직원이라는 점은 처벌 수위를 대폭 끌어올리는 결정적 요인이다. 성폭력처벌법은 장애인 보호·교육 시설 종사자가 자신이 보호·감독하는 장애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면, 해당 죄에 정해진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바로 '보호·감독자 가중처벌' 조항이다.
이태일 변호사는 "상대방이 심리상담센터 직원이라면 가중처벌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규정이 적용되면 장애인 강간죄의 최저 형량은 7년에서 10년 6개월로 크게 상향될 수 있다. 신뢰를 기반으로 약자를 보호해야 할 지위를 범죄에 악용한 것에 대해 사법부가 더 무거운 책임을 묻겠다는 입법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 "평생의 상처"…골든타임 놓치지 않을 법적 대응은?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신속하고 체계적인 법적 대응을 촉구했다. 유상배 변호사는 "임신 진료기록 및 진단서, 장애인 증명서 등 객관적 자료를 신속히 확보해 고소 시 증거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안정된 환경에서 진술하도록 돕는 '진술조력인(피해자 진술을 돕는 전문가)'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명현준 변호사는 "지적장애를 가진 분들은 조사 과정에서 진술이 흔들릴 수 있다"며 "초기 단계부터 사실관계를 명확히 정리하고, 피해자와 함께하는 마음으로 진술을 준비시켜야 제대로 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약자의 가장 깊은 신뢰를 배신한 파렴치한 범죄에 대해 사법부가 어떤 철퇴를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