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에서 내 물건 부쉈는데 '현행범 체포'…수갑 찬 대학생의 눈물
내 방에서 내 물건 부쉈는데 '현행범 체포'…수갑 찬 대학생의 눈물
우울증 앓던 대학생, 가족과 다툰 뒤 자기 물건 파손…가족의 과장 신고로 응급입원까지, 변호사들 의견도 분분

스트레스로 자신의 물건을 부순 대학생이 가족의 과장 신고로 현행범 체포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스트레스를 풀려다 경찰서에 끌려간 한 대학생. 자신의 방에서 자신의 물건을 부순 행위가 과연 수갑을 채울 만한 범죄였을까. 법조계에서도 갑론을박이 뜨겁다.
우울증을 앓던 한 대학생이 가족과의 갈등 끝에 맞닥뜨린 현실은 차가운 수갑이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방 옆 팬트리(식료품 저장실)에서 자신의 물건을 부수던 그는, 가족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가족에게 흉기를 보이지도, 휘두르지도 않았지만 "흉기를 들고 집안 물건을 다 부순다"는 과장된 신고가 발단이었다. 그는 경찰서에서 2시간을 보낸 뒤 응급입원 조치까지 당해야 했다.
그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스트레스로 제 물건을 부수고 칼을 옆에 뒀다는 이유만으로 현행범 체포가 정당한가요?" 이 질문은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흉기 들었으면 체포 가능" vs "자기 물건 파손은 죄 안돼"
사건을 접한 변호사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렸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경찰의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면 휘두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특수협박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목격자 진술, 흉기 현장 발견 등으로 현행범 체포는 적법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희범 변호사(라미 법률사무소) 역시 "칼을 소지하고 있었다면 현행범 체포가 불법이라고 볼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거들었다.
경찰이 '신고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현실론도 제기됐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흉기를 소지하고 물건을 파손한 행위가 가족들에게 위협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어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합법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체포의 법적 요건을 엄격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한 변호사는 "본인의 물건을 파손한 행위는 재물손괴죄에 해당하기 어렵다"며 "실제로 흉기를 사용해 타인을 협박하지 않았다면 강제체포는 부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신고 내용이 과장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찰의 조치가 섣불렀다는 비판이다.
법률 분석 "범죄 명백성·체포 필요성 모두 의문…위법한 체포 가능성"
보다 심층적인 법적 분석은 경찰 조치의 위법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현행범 체포가 정당하려면 '범죄의 명백성'과 '체포의 필요성(도주 또는 증거인멸 우려)'이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두 가지 요건 모두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
상세 법률 검토 자료에 따르면, 자신의 소유물을 파손하는 행위는 타인의 재물을 대상으로 하는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가족에게 흉기를 보이거나 위협하지 않았으므로 '특수협박죄' 성립도 불분명하다. 범죄 자체가 명백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체포라는 지적이다.
대법원 판례 역시 "체포 당시 상황으로 볼 때 요건 충족 여부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 그 체포는 위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1도3682 판결).
'체포의 필요성' 또한 인정되기 어렵다. 학생은 자신의 집 안, 가족과 떨어진 공간에 머물고 있어 도주 우려가 희박했다. 결국 명백한 범죄 행위나 긴급한 필요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뤄진 체포는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반말·고성 지른 경찰관, 소송 가능한가?"
학생의 마음에 또 다른 상처를 남긴 것은 경찰관의 태도였다. 그는 "경찰서에서 경찰관이 반말을 하고 소리를 질렀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경태 변호사는 "경찰관의 반말이나 고성은 부적절한 직무수행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별도의 민사소송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대응할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찰관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국가배상소송'이 가능하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 진정을 제기해 경찰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공식적인 판단을 받아볼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