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질문 괜찮아요?'…한 마디에 '고소' 통보
'19금 질문 괜찮아요?'…한 마디에 '고소' 통보
성적 대화 없었는데도 통매음 처벌? 변호사들 의견 격돌

한 남성이 오픈채팅에서 19세 여성에게 '19금 질문' 허락을 구했다가 고소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오픈채팅에서 19세 여성에게 '19금 질문해도 되나요?'라고 물었다가 '고소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남성.
실제 음란한 대화가 없었음에도 아청법·통매음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팽팽한 의견 대립과 법원의 판단 기준을 집중 취재했다.
"19금 질문해도 되나요?" 한 마디에 닥친 '고소' 위기
오픈채팅에서 '19세'로 프로필을 설정한 여성과 대화를 나누던 A씨의 사연이다. 대학 진학, 타투 등 평범한 신변잡기 대화가 오가던 중, A씨는 "궁금한 거 물어봐도 되나요?", "19금 관련 질문해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상대방은 즉시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고, A씨는 곧바로 자신의 질문이 부적절했음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잠시 후 상대방은 "기분이 불쾌했다"며 "고소를 준비할 테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는 싸늘한 메시지를 남겼다.
당황한 A씨는 재차 사과한 뒤 채팅방을 나왔지만, 대화 내용을 저장하지는 못했다. A씨의 질문 한마디는 정말 법의 심판대에 오를 수 있는 사안일까?
"범죄 가능성 있다" vs "구성요건 미달"…변호사들 '갑론을박'
A씨의 사례를 두고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처벌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상대방이 19세라고 밝혔고, 이후 성적 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 내용이 실제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켰다면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나 통매음(통신매체이용음란죄) 등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상대방이 불쾌감을 표명하고 고소를 예고한 상황에서는, 그 대화 내용이 문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범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팽팽히 맞섰다.
김경태 변호사는 "우선 대화 내용에서 실제 성적인 표현이나 구체적인 음란한 내용이 오가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라며 "단순히 19금 관련 질문 가능 여부를 물었고, 상대방이 거부하자 즉시 중단했다는 점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습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 역시 "해당 발언만으로 통매음이 성립할 여지가 없고, 아청법 위반 소지는 어느 정도 있을 수 있으나 실제 상대방이 신고, 고소할 사안도 아닌 것으로 보이고, 설령 신고, 고소하더라도 무혐의 방어가 가능합니다"라고 분석했다.
법원 판단의 핵심: '구체적 내용'과 '반복성'
법원은 통신매체 이용음란죄(통매음)가 성립하려면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글'을 보내야 한다고 본다.
특히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성적 수치심'이란 단순히 불쾌감을 넘어 '사회 평균인의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이어야 한다.
A씨의 발언은 성적 표현 자체가 아닌 '허락을 구하는 질문'에 불과해 이 엄격한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청법상 '성착취 목적 대화죄'의 문턱은 더 높다. 이 죄가 성립하려면 '성적 착취 목적'으로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성적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A씨처럼 한 차례 질문 후 상대의 거절에 즉시 중단한 경우는 '지속성'이나 '반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통매음 헌터' 가능성도…"당황 말고 차분히 대응해야"
일각에서는 합의금을 노린 이른바 '통매음 헌터'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중 변호사(법무법인 하신)는 유사 사례 경험을 바탕으로 "전형적인 헌터 내지 통매음 킬러들의 행동으로 보입니다"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고소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차분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박상호 변호사(캡틴법률사무소)는 "아직 사건화 될 사안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고 실제로 형사고소를 하는 작업도 상당히 압박감 있는 일이기에, 일단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시다가 사건화 되었을 때 신속한 대응을 하시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또한 김지진 변호사(법무법인 리버티)는 "말씀하신 전후 정황 등 재정리하고 내용확약서에 분명하게 남겨두셔야 하고, 이는 추후 정황증거로 활용할 것입니다"라며 분쟁 발생 시 증거로 활용하기 위한 사전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범죄 성립 가능성은 낮더라도, 온라인에서는 상대의 신원이 불분명할 경우 성적인 언급 자체를 피하는 신중함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