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끊겼을 뿐인데"…만취 후 남의 가게 들어갔다 '건조물침입'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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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끊겼을 뿐인데"…만취 후 남의 가게 들어갔다 '건조물침입' 날벼락

2025. 10. 24 10:43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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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만취 상태는 '미필적 고의' 인정 가능"…변호사들 "무죄 주장해도 합의가 최우선"

블랙 아웃 상태에서의 건조물 침입은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기 십상이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회식 후 만취해 '필름'이 끊긴 사이 남의 가게에 들어갔다가 건조물침입 혐의로 입건된 직장인이 법률 상담에 나서며, 기억상실 주장에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법조계의 경고가 나왔다.


"내 집인 줄 알았는데"…술자리 잦은 당신도 예외 아니다

회식 후 만취해 귀가한 평범한 직장인 A씨에게 며칠 뒤 경찰의 통보가 날아들었다. "건조물침입 혐의로 신고되셨습니다." 술에 취해 '필름'이 끊겼을 뿐인데, 그는 하루아침에 형사 피의자 신세가 됐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집이었지만, 화장실을 찾으려다 자신도 모르게 남의 가게에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A씨의 사연은 술자리가 잦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등골이 서늘해질 법한 이야기다. 그는 법률 상담 게시판에 "기억나는 부분이 전혀 없고, 데리러 와준 지인을 통해 상황을 전달받았다"며 막막함을 토로했다. 실제로 술에 취해 자기 집인 줄 알고 남의 집에 들어가 잠들거나, A씨처럼 엉뚱한 건물에 들어가는 사례는 법조계에서 끊이지 않고 접수되는 단골 사건이다.




'미필적 고의' 벗어나기 어려워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형법 제319조 건조물침입죄다. 타인이 관리하는 건물에 정당한 이유 없이 들어가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 죄가 성립하려면 '침입의 고의'가 핵심이다. A씨처럼 만취 상태에서 실수로 들어갔다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해볼 법하다.


하지만 법의 잣대는 냉정하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실무적으로 주취로 인한 블랙아웃 상태에서의 침입은 피의자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기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미필적 고의란, 자신의 행위로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을 알면서도 이를 용인하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즉, 만취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한 것 자체를 법원이 문제 삼을 수 있다는 뜻이다.


피해자와의 합의기 최우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피해자와의 합의'를 최우선 생존 전략으로 꼽는다.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다투는 상황이라도 합의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다. 조기현 변호사는 "무혐의를 주장하더라도 형사 합의가 아닌, 도의적·민사적 차원에서 사과하고 합의서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처벌불원서는 검찰이나 법원이 처분 수위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감형 카드'가 되기 때문이다. 일단 합의를 통해 피해를 회복시키고 선처를 구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맞서는 것보다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일단 형사 입건됐다면 가장 좋은 결과는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것이다. 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으로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법무법인 명륜의 오지영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합의를 시도하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경찰 첫 조사라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만취 상태였다는 점, 절도 등 다른 범죄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한순간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필름 끊긴 밤의 대가가 전과자라는 낙인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은, 평범한 일상과 범죄의 경계가 술잔의 깊이만큼이나 아슬아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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