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와 동의 하에 영상 촬영, 돌아온 건 '5년 징역' 경고
17세와 동의 하에 영상 촬영, 돌아온 건 '5년 징역' 경고
“괜찮을 줄 알았다”는 착각…아청법은 동의 여부 묻지 않는다

30대 남성이 만 17세 미성년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 영상을 촬영했다가 아청법상 '성착취물 제작죄'로 중형에 처할 위기에 놓였다. / AI 생성 이미지
"전 의제강간이 만 16세 미만이고, 피해자는 만 17세라고 해서 영상 촬영도 문제가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30세 남성 A씨는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17세 미성년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그는, 동의를 받았으니 법적으로 문제없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성착취물 제작죄'가 적용돼 징역 5년 이상의 중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헌터'의 등장, 끝나버린 비밀 관계
A씨는 채팅 어플을 통해 만 17세 B양을 알게 됐다. 카카오톡 대화를 주고받던 중 만남까지 이어진 두 사람은 성관계를 가졌다. A씨는 이 과정에서 B양의 동의를 얻어 얼굴이 나오지 않는 1분 남짓한 영상을 3개 촬영했다.
의제강간 연령 기준인 만 16세를 넘겼다는 사실에 안도했던 것도 잠시, 다음 날 자신을 '헌터'라고 칭하는 인물로부터 "미자와의 성관계는 경찰 조사감"이라는 협박 메시지가 날아왔다.
A씨가 그를 차단하자 이번엔 B양을 통해 A씨와의 성관계 녹음 파일까지 전달됐다. 겁이 난 A씨는 B양마저 차단했지만, 신고의 공포는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동의는 무의미"…아청법의 무서운 덫
A씨가 기댈 곳은 '피해자의 동의'였지만, 아청법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법무법인 감천 김수아 변호사는 "상대방은 아청법상 아동·청소년에 해당하며,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행위는 '성착취물 제작' 혐의로 벌금형 없이 5년 이상의 유기징역만 규정된 매우 무거운 죄"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의제강간 연령인 만 16세를 넘었더라도 성착취물 관련 법리는 만 19세 미만에게 모두 적용되므로,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 역시 "아청법 위반, 특히 음란물 제작 혐의는 법정형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매우 중하다"고 경고하며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피해자가 스스로 동의했더라도, 19세 미만 청소년이 등장하는 성적 영상물을 제작한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현행법의 태도다.
삭제하면 '증거인멸', 보관하면 '소지죄'…진퇴양난
A씨는 증거인멸을 우려해 B양과의 대화 기록과 문제의 영상을 삭제하지 않고 보관 중이다. 그러나 이 결정이 그를 '삭제하면 증거인멸, 보관하면 소지죄'라는 딜레마에 빠뜨렸다.
법조계의 의견은 이 지점에서 첨예하게 갈린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는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스스로 지우는 행위는 형법상 증거인멸죄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재 영상을 휴대폰과 노트북에 그대로 두는 것은 아청물 소지죄라는 중범죄 상태를 매일 계속 유지하는 것이므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시 매우 불리하게 작용합니다"라며 삭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 역시 "삭제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단언했다.
반면, 법무법인 태강 고재영 변호사는 "임의로 삭제하는 경우 증거인멸로 오해받을 수 있고, 그대로 보관하는 경우에도 ‘소지’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판단해 처리하기보다 수사 대응을 전제로 보관 방식과 제출 시점을 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라고 경고하며 신중론을 펼쳤다.
섣불리 삭제하면 범행 은폐 시도로, 그대로 두면 범죄 지속으로 해석될 수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기소유예는 불가능, 집행유예가 현실적 목표"
상황이 이렇다 보니 A씨가 바라는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법무법인 정향 김연수 변호사는 "미성년자 관련 성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실형 선고 위험이 높으므로, 구속을 방어하고 집행유예를 이끌어내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 역시 집행유예가 현실적인 목표라는데 동의하며, 이를 위해서는 피해자와의 합의, 진지한 반성, 재범 방지 노력 입증, 초기 경찰 조사에서의 일관된 진술 방향 설정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한순간의 안일한 판단으로 실형의 위기에 놓인 A씨에게 남은 길은, 수사 초기부터 변호인의 전문적인 조력을 받아 피해자와의 합의에 총력을 다하고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선처를 구하는 것뿐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