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은 이미 사회에 있었다"…피해자만 몰랐던 3개월, 국가의 어이없는 실수
"성폭행범은 이미 사회에 있었다"…피해자만 몰랐던 3개월, 국가의 어이없는 실수
성폭행범 형집행정지 사실 통보 누락
범죄피해자보호법 무색케 한 어이없는 실수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이미지.
성폭행범은 이미 3개월 전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피해자는 교도소에 영치금 압류를 문의하고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끔찍한 범죄의 기억을 딛고 법의 심판을 이끌어낸 피해자에게, 국가는 또 다른 상처를 안겼다.
"가해자는 어디 있습니까?"…교도소의 충격적인 답변
부산에 사는 30대 A씨에게 2021년 7월은 지옥이었다. 귀갓길, 70대 남성 B씨에게 끔찍한 성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A씨는 주저앉지 않았다. 사건 직후 곧장 경찰서로 가 가해자를 신고했고, 1년 5개월간의 지옥 같은 법정 다툼을 홀로 견뎠다. 마침내 가해자 B씨는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민사소송에서도 이겨 B씨가 수감된 교도소 영치금을 압류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정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지난 4월, 한 통의 전화로 산산조각 났다. 영치금 압류를 위해 교도소에 연락하자 "B씨가 다른 곳으로 이감됐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교정 당국은 개인정보를 이유로 이감 장소를 알려주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마주한 진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B씨는 이미 3개월 전 '형집행정지(질병 등으로 형의 집행을 잠시 멈추는 처분)'로 풀려나 사회를 활보하고 있었다. 피해자만 까맣게 모르고 있던 위험천만한 3개월이었다.
법은 있었지만 국가는 없었다…'칸막이 행정'의 민낯
피해자는 끊었던 정신과 약을 다시 먹기 시작했고, 재발한 공황장애로 병원 신세까지 져야 했다고 한다. A씨는 언론에 "제가 직접 나서서 확인하지 않았다면 아마 영원히 몰랐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향한 고발로 읽힌다.
현행 범죄피해자보호법 제8조는 가해자의 출소·구금 정보를 피해자에게 통지하도록 국가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법은 잠자고 있었고, 책임은 떠돌았다. 검찰은 뒤늦게 "담당자의 업무상 착오"라며 고개를 숙였다. 형집행정지 담당 부서와 피해자 지원 담당자 사이의 소통 오류, 즉 '칸막이 행정'이 빚은 예고된 참사였다.
검찰은 "지난 4월부터 주요 형사 절차 정보를 자동으로 통지하는 시스템을 시행했지만, 아직 연계가 원활하지 않다"며 시스템 개선을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