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차량, 몰래 가져간 채무자…'내 돈' 지키려다 되레 절도범 될라
담보 차량, 몰래 가져간 채무자…'내 돈' 지키려다 되레 절도범 될라
변호사들 '자력구제는 불법, 형사처벌 위험'... 사기·횡령 고소와 민사소송이 정답

돈을 빌려주고 담보로 받은 차를 채무자가 몰래 가져갔더라도, 채권자가 직접 되찾아오면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700만원 빌려주고 담보로 받은 차, 채무자가 몰래 가져갔다면? 억울함에 직접 되찾아오면 당신도 범죄자가 될 수 있다.
아는 동생에게 700만원을 빌려주며 자동차를 담보로 받은 A씨. 하지만 동생은 차를 몰래 가져가 버렸고, A씨는 몇 주간의 추적 끝에 차량을 발견했다.
분노에 찬 A씨는 '똑같이 차를 가져와 버릴까' 고민에 빠졌다. 억울한 채권자의 이 같은 '실력 행사'는 정당한 권리 회복일까, 아니면 또 다른 범죄의 시작일까. 법률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후자'라고 경고한다.
"사실 아버지 차였다"…거짓말로 시작된 700만원의 덫
사건의 시작은 A씨와 아는 동생 B씨 사이의 금전 거래였다. B씨는 A씨에게 700만원을 빌리며 자신의 차를 담보로 맡기겠다고 제안했다. A씨는 B씨 명의 계좌로 돈을 이체하고, 차용증과 함께 차량을 넘겨받았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바퀴에 '키락'까지 걸어두었다.
하지만 A씨가 해외에 나간 사이, B씨는 "아버지가 차를 가져갔다"며 차를 회수해 갔다. 황당했지만 친분을 고려해 한 달의 유예기간을 줬지만, 돈은 돌아오지 않았다.
추궁 끝에 B씨는 자신이 직접 차를 가져가 아버지에게 줬다고 실토했다. 결국 B씨의 집 주변을 탐문하던 A씨는 문제의 차량을 발견했고, 직접 키박스를 갈아서라도 차를 되찾아올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똑같이 되찾아오면 될까?"…분노가 부른 위험한 생각
자신의 돈을 떼일 위기에 처한 A씨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B씨가 담보물을 임의로 가져간 만큼, 자신도 담보물을 다시 가져오는 것이 문제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의 판단은 다르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이런 행동이 '자력구제(自力救濟)'에 해당하지만,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아득히 넘어선 불법 행위라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창세의 박영재 변호사는 "채무자가 갚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무단으로 차량을 가져가는 것은 절도죄가 될 수 있다"며 "법적 절차에 따라 담보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변호사들 한목소리 "절대 안 돼…오히려 당신이 범죄자"
법치국가에서 권리 구제는 원칙적으로 국가기관(법원, 검찰 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개인이 사적인 물리력을 행사해 권리를 실현하는 '자력구제'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허용된다.
민법 제209조는 점유물이 침탈당했을 때 '직시(直時)' 가해자를 배제하고 탈환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이는 침탈 현장에서 즉시 또는 추격해 되찾는 경우에 한정된다. A씨처럼 이미 3주 이상 시간이 흐른 뒤 차량을 되찾는 행위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직접 차량을 회수하는 것은 불법행위로 간주될 수 있으며, 형사상 자력구제 금지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면서 "이는 절도나 손괴죄로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해법은?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 투 트랙 전략
그렇다면 A씨는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할까. 변호사들은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이라는 두 가지 법적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라고 조언한다.
우선 형사적으로는 B씨를 여러 혐의로 고소할 수 있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사기죄 내지 횡령죄 성립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처음부터 아버지 차를 자기 차인 것처럼 속여 돈을 빌렸다면 '사기죄'가, 담보로 맡긴 차를 몰래 가져갔다면 '횡령죄'나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사적으로는 빌려준 돈을 돌려달라는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더신사 법무법인의 장휘일 변호사는 "채무자가 차량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에는 민사 소송을 통해 차량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송과 함께 차량을 팔지 못하게 막는 '가압류'나 '가처분' 신청을 해두는 것도 필수적이다. 억울한 마음에 섣불리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가는 채권자가 오히려 가해자로 전락할 수 있다. 냉정하게 법적 증거를 수집하고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합법적인 절차를 밟는 것만이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