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스쳤는데 성추행범 될라” 만원 엘리베이터의 공포
“가방 스쳤는데 성추행범 될라” 만원 엘리베이터의 공포
가방이 스쳤을 뿐인데, 내가 성추행범?
만원 엘리베이터에서 한 남성이 느낀 공포의 정체는 무엇일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출근길 붐비는 엘리베이터에 마지막으로 올라탄 남성 A씨.
비좁은 공간에서 뒤로 돌아서는 순간, 메고 있던 에코백과 팔꿈치가 한 여성에게 닿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사과할 타이밍을 놓쳤고, 상대 여성은 별다른 반응 없이 내렸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났지만, A씨의 머릿속은 '성추행범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는 공포로 가득 찼다.
스치면 조건 유죄? 법원 “성적 의도 없으면 범죄 아냐”
결론부터 말하면, A씨의 행위가 강제추행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법률 전문가들은 형법상 강제추행죄(제298조)가 성립하려면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타인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려는 '고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수나 부주의로 인한 접촉, 즉 과실범을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법무법인 바른길의 안준표 변호사는 “혼잡한 공간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순간적인 접촉만으로는 보통 추행의 고의가 없다고 보아 무혐의 처분이 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예준의 신선우 변호사 역시 “붐비는 공간에서 이동 중 불가피하게 발생한 신체 접촉은 사회 통념상 성적인 의도를 가진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진짜 추행' 가려내는 법원의 눈…무엇을 보나
법원은 단순히 신체가 닿았다는 사실만으로 유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판결문들을 살펴보면, 법원은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접촉 경위와 시간 ▲손의 움직임이나 시선 등 행위의 구체적인 모습 ▲주변의 객관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성적 의도(고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한다.
실제로 법원은 불필요하게 여성 승객에게 다가가 신체를 밀착하는 등 성적 의도가 명백한 정황이 드러나면 유죄를 선고하지만(대구지법 2022노4067), 피고인이 피해자와 접촉 후에도 현장을 벗어나지 않고 머무른 점 등을 들어 추행의 고의를 부정한 판례도 있다(서울동부지법 2021노1748). 우발적 접촉과 의도적 추행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억울하게 몰렸다면? '섣부른 사과'는 금물
만약 A씨처럼 억울한 상황에 부닥쳤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우선 사건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엘리베이터 내부 CCTV 영상이나 회사 출입기록 등 객관적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경찰 조사에서는 “성적인 의도가 전혀 없는 우발적 접촉이었다”는 점을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무법인 바른길의 안준표 변호사는 “섣부른 사과나 해명을 위한 개인적인 연락은 오히려 '잘못을 인정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며 “수사 초기 단계부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사실관계를 명확히 정리하고 대응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