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했는데 입원?"…번호판만 긁고 '나이롱' 의심에 속 터지는 운전자
"콩 했는데 입원?"…번호판만 긁고 '나이롱' 의심에 속 터지는 운전자
사고 직후 "술 마시러 간다"던 상대방…법률 전문가들의 현실 대응법은?

경미한 접촉사고 후 상대방이 과도한 보상을 요구할 때, 억울하게 수용하기보다 법적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 AI 생성 이미지
골목길에서 후진 주차 중 발생한 경미한 접촉사고. 번호판만 겨우 긁힌 수준이었지만 상대방은 대인 접수와 한방병원 입원을 통보했다.
심지어 사고 직후 "저녁에 술 마시러 간다"고 말하는 것까지 목격한 운전자는 괘씸함에 잠을 못 이룬다.
보험사는 경찰 신고를 막으려면 대인 접수가 마음 편하다는 말만 반복한다.
이대로 억울함을 삼켜야 할까? '나이롱 환자'가 의심될 때 법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현실적인 법적 대응 전략을 꼼꼼히 분석했다.
"술 마시러 간다더니"…사고보다 황당한 상대방의 돌변
사건의 발단은 골목길 후진 주차였다. 운전자 A씨는 실수로 상대 차량을 부딪혔지만,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결과 차량이 거의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경미한 사고였다. 피해는 상대 차량 번호판에만 약간의 흔적이 남은 정도였다.
하지만 상대방의 반응은 상상을 초월했다. 동승자는 근육이 놀랐다며 한방병원에 입원했고, 운전자는 대인 접수를 요구하고 나섰다.
A씨를 더욱 분노하게 한 것은 사고 직후의 기억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앞에서 상대방이 태연하게 "저녁에 술을 먹으러 간다"고 말하는 것을 똑똑히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술 먹으러 가는 사람들이 아프다고 병원에 입원하고 통원 치료를 받는 게 너무 괘씸하다"며 속을 끓였다.
"범칙금 불이익" 보험사의 설득, 무조건 따라야 할까?
A씨는 보험사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보험사 담당자는 "방법이 없고, 경찰에 신고되면 벌점부터 범칙금까지 불이익이 있다. 그냥 대인 접수하는 게 맘 편하다"고 A씨를 설득했다.
결국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대인 접수를 진행했다. 왜 보험사는 이런 선택을 종용할까?
김훈희 변호사는 "대인 접수를 계속 거부하면 오히려 형사 처분과 범칙금·벌점, 사고 후 미조치 문제 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즉, 사고를 낸 과실이 있는 한, 상대방이 치료를 받겠다고 주장하는 것을 초기부터 완전히 막아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나이롱'과의 전쟁, 핵심은 '블랙박스'와 '인과관계 증명'
그렇다면 A씨는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대인 접수' 자체를 막기보다, 치료의 '상당인과관계(causation)'를 다투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종득 변호사는 "경미사고라면 입원·장기치료 등이 사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는 다툴 수 있고, 법원도 경미사고에서 입원 필요성과 추가치료비를 제한하거나(일부 인정) 상해 자체를 부정한 사례가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결국 싸움의 핵심은 '사고 충격'과 '상대방의 부상' 사이에 의학적, 법률적 연결고리가 얼마나 견고한지를 따지는 것이다. 이 싸움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블랙박스 영상'이다.
배성권 변호사는 "블랙박스 영상 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하며, 충격 정도가 경미하다는 객관적 증거가 향후 분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디모 신청·보험사기 신고…'최후의 카드' 사용법과 위험성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원한다면 최후의 수단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조기현 변호사는 "차량 흔들림이 없을 정도의 경미한 충격인 경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디모 프로그램을 통해 사고 당시 충격과 상해 가능성 사이의 인과관계를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분석 결과 '상해 가능성 낮음'이라는 감정이 나오면, 이를 근거로 보상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이미 지급된 치료비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A씨가 들었던 "술 마시러 간다"는 발언 역시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13년간 경찰로 근무한 최성현 변호사는 "특히 사고 직후 경찰관 앞에서 상대방이 '저녁에 술 먹으러 간다'고 발언했다는 점은, 당시 부상 정도가 경미했음을 입증하는 중요한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짚었다.
하지만 섣부른 대응은 금물이다. 조기현 변호사는 "다만 마디모 신청이나 수사 의뢰 과정에서 경찰에 사고가 정식 접수되면 질문자님께 과실이 있는 만큼 벌점과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은 감수하셔야 합니다"라고 경고했다.
결국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박현철 변호사의 조언처럼 "우선, 블랙박스 영상, 차량 사진, 수리 내역 등 사고 충격 정도를 보여주는 자료를 잘 보관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며, 보험사와 소통해 과잉 치료 여부를 압박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