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추행에 퇴사까지…가해자 벌금 500만원, 민사소송 걸면 얼마 받을까?
직장 내 성추행에 퇴사까지…가해자 벌금 500만원, 민사소송 걸면 얼마 받을까?
성추행·폭행·모욕 피해로 퇴사한 직장인, 가해자 형사처벌 후 민사소송 준비 중. 변호사들 "치료비, 못 번 월급, 위자료 합쳐 최소 1000만원 이상 가능"

직장에서 성추행을 당해 퇴사한 A씨. 가해자가 500만 원 벌금형을 받았는데, 손해배상은 어느정도 받을 수 있을까?/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벌금 500만원은 국가 몫…내 상처값은 얼마인가요?
끔찍한 기억에 떠밀려 직장을 떠나야만 했다. 나를 괴롭힌 가해자가 법원에서 받은 벌금은 고작 500만원. 그 돈은 국가가 가져갈 뿐, 내 손에 쥔 것은 정신과 약 봉투와 끊긴 월급 통장뿐이다. 이제 피해자는 가해자의 지갑을 열어 직접 죗값을 묻는 두 번째 싸움을 준비한다. 과연 법정은 한 사람이 잃어버린 일상의 가치를 얼마로 매길까.
"벌금 500만원은 끝이 아니다"…진짜 싸움의 시작, 민사소송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은 형사처벌과 민사배상은 별개라는 점이다. 가해자가 받은 벌금 500만원은 국가에 내는 '벌'일 뿐,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돈이 아니다.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직접 보상받기 위해서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라는 민사 절차를 따로 밟아야 한다.
법무법인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는 "형사소송은 범죄에 대한 처벌을, 민사소송은 범죄로 입은 손해에 대한 금전 배상을 구하는 절차"라며 두 소송의 목적이 다름을 분명히 했다. 다행히 가해자가 유죄(벌금형)를 선고받았다는 사실은 민사소송에서 매우 유리한 증거가 된다.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는 "형사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면 민사소송에서 쉽게 승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형사 절차에서 가해자의 불법행위가 인정됐기 때문에, 피해자는 그로 인해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만 입증하면 된다.
"내 몸의 상처(치료비), 잃어버린 월급, 무너진 마음(위자료)"
민사소송에서 청구할 수 있는 손해는 크게 세 가지다. 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 그리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다.
첫째, '적극적 손해'는 피해자가 실제로 지출한 비용이다. 정신과 진료실 문을 두드리고 상담사 앞에서 눈물 흘리며 긁었던 카드 영수증, 약국에 지불한 약값 모두가 증거가 된다. 법무법인 쉴드의 이진훈 변호사는 "정신과 치료비용 등 실제 지출된 비용은 주요 고려사항"이라며 영수증 등 객관적 증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둘째, '소극적 손해'는 그날의 사건만 없었다면 내 통장에 매달 꼬박꼬박 들어왔을 월급, 바로 '일실수입'이다. 가해자의 괴롭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퇴사했다는 점을 입증하면, 재취업까지 걸리는 기간 동안의 월급 손실분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법무법인 이엘 민경철 변호사는 "일실이익은 (가해 행위와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으면 거의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퇴사가 불가피했음을 보여주는 동료의 증언이나 사직서 내용이 중요한 이유다.
셋째, '위자료'는 이 모든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금이다. 법원은 성추행의 수위와 횟수, 폭행의 정도, 모욕적인 언사의 내용, 그리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직장까지 잃게 된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액수를 정한다.
그래서 얼마?…변호사들 "최소 1000만원에서 2000만원"
그렇다면 법원은 이 피해자의 손해를 얼마로 평가할까. 다수의 변호사들은 치료비, 일실수입, 위자료를 모두 합쳐 최소 1000만원에서 2000만원 사이의 배상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법무법인 휘명 김민경 변호사는 "직장 내 지속적인 성추행으로 퇴사한 사례에서 1500만원의 위자료가 인정된 최근 판결이 있다"며 "성추행과 함께 폭행, 모욕이 복합적으로 발생한 경우 2000만원 이상의 위자료가 인정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인도 안병찬 변호사 역시 "벌금액이 500만원이라면 1000~1500만원 정도 청구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올인 법률사무소 허동진 변호사는 "통상 벌금액수의 2배 정도를 (위자료로) 청구하며, 그 외 치료비나 일실수익이 있으면 추가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얼마나 충실하게 피해 사실과 손해액을 입증하느냐에 따라 배상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형사처벌은 끝났지만, 피해자의 싸움은 이제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 잃어버린 일상과 마음의 평화를 되찾기 위한 법적 절차의 막이 올랐다. 피해자가 흘린 눈물의 무게를 법원이 어떻게 저울질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