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없이 들이닥친 경찰, 불법인가 합법인가
연락없이 들이닥친 경찰, 불법인가 합법인가
'영장' 여부에 엇갈린 변호사들…'불법 아니다' 반론도

발달장애인 A씨 집에 경찰이 통신매체이용음란죄 혐의로 사전 연락 없이 방문했다./ AI 생성 이미지
통신매체이용음란죄 혐의로 경찰이 사전 연락 없이 집에 찾아왔다면? 발달장애를 가진 A씨는 사건번호조차 모른 채 휴대폰 대화 내용을 넘겨야 했다.
다수 변호사가 '압수수색 영장' 없이 이뤄진 강압적 수사는 위법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 반면, 일부는 혐의가 명확하다면 방문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라고 맞서며 팽팽한 법적 논쟁이 벌어졌다.
"연락도 없이 경찰이 집에…" 발달장애인의 불안한 호소
어느 날 갑자기 경찰 2명이 집으로 찾아왔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 혐의가 의심된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발달장애가 있는 A씨는 "사전에 연락 한번도 오지 않고 갑자기 집으로 찾아왔습니다"라며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했다.
A씨는 경찰의 요구에 휴대폰 기종을 알려주고 대화 내용 캡처까지 허용했지만, 자신이 어떤 사건에 연루되었는지, 사건번호가 무엇인지조차 듣지 못했다. 경찰의 갑작스러운 방문이 과연 적법한 수사였을까?
'영장' 두고 엇갈린 시선…'불법' vs '합법' 팽팽한 대립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제시 여부에서 극명하게 갈렸다. 다수의 변호사는 영장 없는 방문과 증거 수집의 위법성을 경고했다.
법률사무소 무율 김도현 변호사는 "임의제출 형식으로 조사한다고 하여도 왜 조사하는지, 어떤 사건인지 등에 대해 알려주어야 하고, 임의제출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여야 함에도 이를 누락하고 임의로 자료를 가져간 거라면 문제소지가 다분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영장 없이 '자발적 동의'를 얻었더라도, 권리 고지가 없었다면 위법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다른 시각도 존재했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A씨가 보낸 메시지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이 찾아온 것이고, 불법 아닙니다"라고 단언하며, 혐의가 명확하다면 방문 조사는 적법한 절차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법무법인 한별의 김전수 변호사 역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우, 사전에 고지하지 않고 방문하여도 위법한 것은 아닙니다"라며 영장의 존재가 합법성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장애인 보호 의무'는 어디에…절차적 정당성 논란
특히 A씨가 발달장애인이라는 점은 수사 절차의 정당성에 큰 의문을 제기한다. 김경태 변호사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형사절차상 더욱 세심한 보호가 필요하며, 신뢰관계인이나 법률조력인의 동석이 보장되어야 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률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은 의사소통 등에 어려움이 있어 수사 과정에서 보호자나 신뢰관계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 전문가들은 A씨의 장애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방문해 동의를 얻고 휴대폰 내용을 확보했다면, 그 동의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위법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나?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
불안에 떠는 A씨를 위해 변호사들은 즉각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의견은 갈렸지만, 가장 먼저 본인의 사건번호와 정확한 혐의 사실, 담당 수사관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김도현 변호사는 "경찰서에 연락하여 사건번호와 방문 이유, 그리고 담당 수사관의 이유를 문의하세요"라고 조언했다. 이후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조력을 구하고, 향후 조사에는 반드시 신뢰관계인 동석을 요청해 방어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만약 수사 과정의 위법성이 명백하다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을 통해 권리를 구제받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