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계좌 보겠다' 군사경찰 압박…어디까지 가능?
'모든 계좌 보겠다' 군사경찰 압박…어디까지 가능?
개인정보 유출 혐의 현역 군인, 압박수사 논란에 전문가들 조언 봇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현역 군인이 군사경찰의 과도한 수사 압박에 직면했다. / AI 생성 이미지
돈을 빌렸다가 채권자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군사경찰의 조사를 앞둔 현역 군인 A씨. '도박이나 코인 한 것 아니냐, 증권 계좌까지 다 보겠다'는 수사관의 압박에 '간부와 함께 출석하라'는 요구까지 받았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군인 신분과 맞물리며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가 된 상황이다.
과연 군사경찰의 수사 권한은 어디까지이며, 피의자 신분인 군인이 반드시 알아야 할 권리는 무엇일까?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쟁점을 짚어본다.
'도박, 코인까지 다 본다?'…수사관의 압박, 어디까지 진실인가
사건의 발단은 두 달 전, A씨가 개인적으로 돈을 빌리면서 시작됐다. 돈을 제때 갚지 못하자 채권자는 사채업자로부터 '테러 문자'를 받았다며 A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군사경찰은 A씨에게 "도박, 코인 등등을 한 게 아니냐"며 "증권 계좌까지 다 확인해 볼 수 있다"고 압박했다.
전문가들은 수사관의 발언이 심리적 압박 기법일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해답의 김무룡 변호사는 "도박·코인 등을 언급하며 압박하는 것은 수사 과정에서 흔히 사용되는 심리적 압박 기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윤영석 변호사 역시 수사관의 발언은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영장을 받아서라도 다 확인하겠다'는 수사 압박(기선제압)의 목적도 크다"고 분석했다.
법적으로 계좌 조회의 핵심은 '영장'의 범위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고소를 당했다고 해서 수사관이 아무 제한 없이 모든 계좌와 증권계좌를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영장에 적힌 대상, 기간, 목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혐의와 무관한 모든 금융생활을 무제한으로 들여다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법무법인 한강의 이주한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관련성을 소명해 영장을 발부받는다면 은행계좌뿐 아니라 일정 범위의 금융거래 자료를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여, 수사기관이 자금 흐름의 관련성을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간부와 함께 오라'…부대에 사건 내용 알려지나
군사경찰이 '간부 한 명과 같이 오라'고 요구한 점도 A씨의 큰 걱정거리다. 전문가들은 동행 간부가 사건 개요를 알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윤영석 변호사는 "함께 가는 간부(보통 중대장, 행정보급관 등)는 사건의 대략적인 내용을 반드시 알게 된다"며, 이는 "부대 내 사고 예방 및 인원 관리 차원에서 파악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무룡 변호사 역시 "사건 개요가 부대 내에 알려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고, 이 부분은 군 징계 절차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설령 간부가 동행하지 않더라도 수사 사실 자체는 부대에 통보된다. 군인사법에 따라 군 수사기관은 수사를 시작하고 마쳤을 때 10일 이내에 소속 부대장에게 그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법무법인 대진의 민상빈 변호사는 "간부 대신 변호인의 동석을 요청하시는 방법을 검토해 보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입대 전 기록까지…군사경찰은 어디까지 아나
A씨가 궁금해한 '민간인 시절 수사 및 전과 기록'에 대해 모든 변호사는 '조회 가능하다'고 답했다.
윤영석 변호사에 따르면, 군사경찰과 군검찰은 경찰 및 검찰과 동일하게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접속할 권한이 있다. 이를 통해 "신분이 민간인이었든 미성년자였든 상관없이 과거에 경찰 수사를 받았던 기록(기소유예, 무혐의 등 포함)과 처벌을 받은 전과 기록이 모두 상세하게 나온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창경의 김찬협 변호사 역시 "과거 수사 기록 및 전과 여부에 대한 정보는 공유가 가능하다"고 명확히 했다.
혐의 자체를 흔들 수 있다?…'개인정보보호법' 적용 여부부터 따져야
수사 범위와 절차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지만, 일부 전문가는 혐의 성립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법무법인 우선의 조상우 변호사는 이 사건이 방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처벌 규정은 주로 업무상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람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적인 금전 거래에서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분의 번호를 전달한 행위가 이 법의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지 자체가 먼저 다투어질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혐의 자체가 견고하지 않다면, 수사관이 도박·코인을 거론하며 계좌를 보겠다고 압박하는 것은 '별건을 노린 탐색이거나 자백 유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첫 조사 전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중산의 김영오 변호사는 "군사경찰은 무조건 군검찰에 사건을 송치한다"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서 변호사와 직접 상담해 진술 전략을 세우고 출석하시길 강하게 권해드린다"고 말했다.
결국 수사관의 압박에 흔들리기보다 법률 전문가와 함께 혐의 성립 여부부터 꼼꼼히 따져보고, 진술 방향을 정하는 것이 현명한 대응이라는 결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