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간판에 금 간 내 건물, "법대로 하자"는 말에 속수무책?
임차인 간판에 금 간 내 건물, "법대로 하자"는 말에 속수무책?
누수 피해, 수리 먼저? 소송 먼저? 변호사 9인의 만장일치 해법

임차인의 간판 설치로 건물에 물이 줄줄 새지만, 임차인은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간판 달더니 건물이 줄줄 샙니다." 임차인은 모르쇠, 아래층은 물난리.
수리비 폭탄과 소송 압박에 놓인 건물주, 전문가들이 제시한 가장 현실적인 승소 전략은 '이것'부터 확보하는 것이다.
"간판 설치 전엔 멀쩡했는데..." 발뺌하는 임차인, 속 타는 건물주
건물주 A씨의 속이 까맣게 타 들어가기 시작한 건 5월 초, 건물 4층을 새로 임대한 직후였다. 임차인은 광고를 위해 건물 외벽에 간판을 설치했고, 그 직후부터 아래층으로 물이 새기 시작했다.
간판 설치 전 방수 공사를 했던 업자는 "그전까지 건물 외벽에 균열이 없었다"고 분명히 기억했다. 모든 정황이 임차인의 간판 설치 작업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임차인은 "내 책임이 아니다. 법대로 하라"며 버티고 있다. 당장 수리는 해야겠고, 임차인은 책임을 부인하는 상황. A씨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수리 먼저 vs 소송 먼저, 운명을 가를 선택의 기로
A씨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당장 내 돈으로 수리를 하고 그 비용을 임차인에게 청구하는 방법.
둘째, 수리를 미루고 법원에 먼저 소송을 내 수리비를 받아내는 방법.
셋째, 임차인을 상대로 '수리를 하라'는 소송을 거는 방법.
어떤 방법이 가장 확실하게 돈을 받고 분쟁을 끝낼 수 있는 길일까? 섣부른 선택은 더 큰 손해로 이어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증거부터 얼려라" 변호사 9인의 만장일치 조언, 승소의 열쇠
이처럼 난감한 상황에 대해 법률 전문가 9인은 놀랍게도 만장일치에 가까운 해법을 내놓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먼저 수리하고, 그 비용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라'는 것이다.
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 김영호 변호사는 "수리를 먼저 하고 수리비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누수가 계속되면 2차 피해로 임대인 책임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률사무소 송지 배성권 변호사 역시 "수리 먼저 하고 청구하는 게 맞다"며 "누수가 계속되면 피해가 확대되고, 아랫층 임차인이나 다른 피해가 발생하면 임대인인 본인 책임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수리를 강제하는 소송에 대해 법무법인 랜드로 신지수 변호사는 "임차인이 날림으로 수리할 경우 2차 누수 피해가 생길 수 있어 실익이 없다"며 추천하지 않았다.
다만 모든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전제 조건을 달았다. 수리 전에 '이것'을 하지 않으면 모든 게 허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푸름 법률사무소 이푸름 변호사는 "수리 전후 증거를 철저히 확보하는 것이 소송의 핵심"이라고 지적했고, 여울법률사무소 배진혁 변호사 역시 "감정 전에 임의로 수리하면 증거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승소의 열쇠는 '결정적 증거'를 수리 전에 확보하는 데 달려 있다.
'선 수리 후 청구' 필승 전략 3단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한 필승 전략은 다음과 같은 3단계로 요약할 수 있다.
1단계, 증거 확보다. 수리에 들어가기 전, 간판 설치 부위와 균열, 누수 상태를 사진과 영상으로 꼼꼼히 촬영해야 한다. 여기에 '간판 설치로 인한 균열이 누수 원인'이라는 내용의 전문 탐지업체 소견서와 간판 설치 전 균열이 없었다는 방수업자의 확인서까지 받아두면 완벽하다.
2단계, 수리 및 기록 보관이다.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신속히 보수 공사를 진행해 추가 피해를 막는다. 이때 지출한 모든 공사비 영수증과 세부 내역서를 철저히 보관해야 한다. 이 서류가 바로 법정에서 손해액을 증명할 핵심 자료가 된다.
마지막 3단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다. 앞서 확보한 증거자료와 수리비 영수증을 근거로 임차인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쉴드 장기훈 변호사는 "실제 지출 영수증과 공사내역으로 손해액이 특정되고, 긴급복구 필요성도 설득력이 크다"며 이 방법의 장점을 설명했다. 임차인이 재산을 빼돌릴 우려가 있다면 소송과 함께 가압류를 신청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