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일람표엔 '밤 10시'라는데…포렌식 수사관이 "전부 보자"고 할 때 막을 수 있나요?
범죄일람표엔 '밤 10시'라는데…포렌식 수사관이 "전부 보자"고 할 때 막을 수 있나요?
성범죄 혐의 압수수색, 영장 범위 벗어난 탐색은 위법…'이의제기' 기록 남겨야

디지털 포렌식에서 영장에 명시된 시간 외의 데이터를 탐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이다. / AI 생성 이미지
성범죄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한 A씨는 디지털 포렌식 조사를 앞두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범행 시간이 특정되지 않았지만, 함께 첨부된 범죄일람표에는 상세한 시간이 적혀있다.
A씨는 수사관이 범죄일람표에 적힌 시간 외에 스마트폰 전체를 들여다볼까 봐 불안하다. A씨는 영장에 적힌 혐의와 무관한 정보까지 수사관이 들여다보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영장에 명시된 '범죄일람표' 시간 외 탐색, 원칙적으로는 위법
결론부터 말하면, 수사기관은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혐의와 관련된 정보만 탐색할 수 있다. 변호사들은 범죄일람표에 특정된 시간은 탐색 범위를 제한하는 중요한 법적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범죄일람표에 범행 일시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다면, 포렌식 참관 과정에서 해당 일시 및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로 선별 범위를 제한해 달라고 요구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 역시 "압수수색은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관련된 범위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라며 "범죄일람표에 특정된 시간대와 무관한 기간의 데이터를 열람하는 것은 이 관련성 원칙에 반할 수 있다"고 짚었다.
우리 법원은 혐의사실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전자정보만 압수할 수 있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따라서 범죄일람표의 시간을 벗어난 탐색은 원칙적으로 위법수집증거가 될 수 있다.
"데이터 없다"며 전체 탐색 시도…변호사가 물리적으로 막을 순 없어
다만 법적 원칙과 수사 현장의 현실은 다를 수 있다. 수사관이 '기기 변경이나 포맷으로 해당 시간대 데이터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전체 기간 탐색을 시도할 경우, 이를 물리적으로 막기는 어렵다.
탄탄 이수천 변호사는 "현장에서 변호인이 물리적으로 포렌식을 중단시키거나 수사관의 적법한 집행을 강제로 차단할 권한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베테랑 유환선 변호사도 "탐색 과정의 진행 자체는 수사관이 하는 것이므로,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겠다"고 설명했다.
이때 변호인의 역할은 탐색을 억지로 막는 것이 아니라, 영장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탐색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그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이의제기' 기록이 중요한 이유…향후 '위법수집증거' 주장 근거돼
변호사들이 이처럼 '기록'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것이 향후 재판에서 핵심적인 방어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위법한 절차로 수집된 증거는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법률사무소 반석 최이선 변호사는 "현장에서 정당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참여조서에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이 향후 법정에서 핵심적인 방어막이 된다"며 "즉시 이의를 남겨두어야 추후 위법수집증거 배제 신청으로 해당 자료의 증거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영장 범위를 벗어난 탐색 과정에서 원래 혐의와 다른 '별건 범죄' 단서가 발견될 경우, 절차적 위법성은 더 중요해진다.
여울법률사무소 배진혁 변호사는 "영장 혐의와 무관한 별개의 범죄 관련 데이터가 새로 발견된다면, 수사기관은 그 즉시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별도 영장 없이 수집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할 수 있다.
최선의 대응은 '변호사 참관'…탐색 방식 제안도 가능
변호사들은 포렌식 절차에서 불이익을 피하려면 참관 변호사와 함께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포렌식 시작 전 변호사가 탐색 방식을 제안하는 것도 가능하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포렌식 시작 전에 변호사가 '우선 메타데이터로 날짜와 파일명을 선별하고, 범죄일람표 시간대에 해당하는 자료만 썸네일이나 원파일로 확인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포렌식을 끝낸 후 참관절차에 참여하면 최대한 범죄혐의점이 없는 사진이나 영상은 제외시킬 수 있다"며 "법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변호인의 의견은 대부분 반영이 된다"고 밝혔다.
결국 포렌식 현장에서 수사관의 부당한 탐색 시도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더라도, 변호인과 함께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하고 이의를 명확히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피의자의 권리를 지키는 핵심적인 방법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