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뇌진탕 입혔는데 '무죄'…처벌 가로막은 '심신장애'의 벽
사회복지사 뇌진탕 입혔는데 '무죄'…처벌 가로막은 '심신장애'의 벽
'심신장애', 법은 어떻게 다루나

지능지수 45의 자폐성 장애인이 사회복지사를 폭행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셔터스톡
지능지수 45의 중증 자폐성 장애인이 사회복지사를 폭행해 다치게 했지만, 법원은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행위는 있었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고 스스로를 통제할 능력이 없는 '심신장애' 상태였기에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마성영 부장판사는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24)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서울 은평구의 한 장애인 복지센터에서 사회복지사 B씨(45)를 갑자기 손으로 밀어 넘어뜨려 뇌진탕 등을 입힌 혐의를 받았다.
CCTV에는 A씨가 소파에 앉아 몸을 흔들다 별다른 예고나 갈등 없이 B씨에게 달려드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A씨는 지능지수 45 이하, 사회연령 3.6세 수준의 중증 자폐성 지적장애인으로, 중증 청각장애도 함께 앓고 있었다. 관할 구청은 A씨를 '타인의 보호가 일생 필요한 심한 장애' 등급으로 판정한 바 있다. 법정에 선 A씨는 자신의 이름이나 주소조차 제대로 진술하지 못했다.
피해자인 사회복지사 B씨는 "A씨가 과거에도 다른 이를 때린 뒤 '미안하다'는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며 A씨에게 최소한의 인식 능력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본적인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고 해서, 자신의 행위가 잘못됐다는 것을 변별하거나 행동을 통제할 능력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재판부는 형법 제10조 1항을 근거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조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A씨의 폭행은 범죄가 아닌, 책임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사고'로 본 것이다.
'심신장애', 언제 인정되고 언제 외면받나
법원은 A씨의 사례처럼 행위의 불법성을 판단하고(사물변별능력), 그에 따라 행동을 제어할 능력(의사결정능력)이 모두 없다고 판단될 때 '심신상실'로 보고 무죄를 선고한다.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그 장애가 범행 당시 행위 통제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실제로 법원은 간질 환자가 무의식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 심신장애를 인정한 바 있으며(대법원 1969. 8. 26. 선고 69도1121 판결), 1급 자폐성 장애인이 '자동차 운전면허'나 '소유권'의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절도 등으로 기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도 있었다(헌법재판소 2018. 12. 27. 선고 2018헌마548 결정). A씨의 사례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심신장애가 인정된 경우다.
반면, 피고인이 스스로 "주체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더라도 법원이 이를 외면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충동조절장애'다.
대법원은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현상은 정상인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며 성격적 결함을 원칙적으로 심신장애로 보지 않는다. 소아기호증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증상이 정신병 수준으로 심각하거나 다른 정신질환과 겹치지 않는 한, 책임 감경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다.
결국 A씨의 무죄 판결은 '처벌'이란 행위의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에게만 가능하다는 형법의 대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는 범죄 행위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비극적 사건의 원인이 된 심신장애의 무게를 법원이 인정한 결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