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실수로 사라진 '내 투표권'…국가가 보상해야 할 금액은 최소 얼마일까
공무원 실수로 사라진 '내 투표권'…국가가 보상해야 할 금액은 최소 얼마일까
선거인 명부 확인하던 동사무소 직원 실수로 누락
동사무소 "해줄 게 없다"⋯투표권, 보상받을 방법 있나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에 책임 물을 수 있어

선거인 명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동사무소 직원의 실수로 누락된 A씨. 결국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최근 40대 A씨는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동사무소 직원인 B씨의 실수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선거인 명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A씨를 누락한 B씨. 선거권이 있는 유권자여도 선거인 명부에 이름이 올라가지 않으면 투표할 수 없다.
현재 동사무소 측은 "직원의 실수"라고 인정한 상황. 하지만 A씨의 투표권 상실에 대해선 "해줄 게 없다"고 했다. 행정소송 등을 해도 판결이 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동사무소 측은 "실수한 B씨가 직접 책임지기엔 어리니까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도 "손해배상을 해달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국민의 소중한 한 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 싶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A씨와 달리 국가로부터 피해를 구제받고 싶은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로톡뉴스가 알아봤다.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A씨와 비슷한 일을 겪는다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여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 국가배상법(제2조 제1항)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변호사들은 B씨처럼 공무원이 선거인 명부에서 유권자를 누락한 건 과실로 인정될 거로 봤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새로의 엄진 변호사는 "업무를 하면서 선거 관련 법령 등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될 것"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법과사람들의 우희창 변호사도 "공무원의 과실로 국민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에 "투표권 상실에 대해 국가배상청구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법무법인 한중의 이승은 변호사의 의견 역시 동일했다.
실제로 A씨와 비슷한 일을 겪고, 국가배상청구를 하여 위자료 50만원를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
지난 1998년, C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선거권을 박탈당했다. 그러다 1년 뒤, 8·15 특사로 사면복권되면서 다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그의 거주지인 춘천시에도 이를 알렸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이 C씨의 사면복권 사실을 누락하는 바람에, 선거인 명부에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다.
투표를 못 하게 되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C씨. 이에 대해 지난 2002년 11월, 서울지법 민사단독8부 장일혁 판사는 "선거권을 재산적 가치로 평가하기 어렵다"면서도 "적극적으로 참정권을 행사하려고 한 C씨에게는 투표권이 적어도 50만원의 가치를 가진다"고 판결했다.
그밖에도 공무원 등 선거 관계자의 실수로 투표를 하지 못한 경우, 100~200만원의 배상금이 인정됐다.
지난 2014년, 18대 대통령 선거(2012년 12월) 당시 검찰 공무원의 실수로 투표를 하지 못한 사람에게 정부가 1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당초 1심에서는 "대선은 정부 최고 책임자를 선출하는 만큼 다른 공직 선거에 비해 국민들의 투표 참여 의지가 매우 높은 선거"라며 배상액을 500만원으로 정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사전에 선거인 명부를 확인하지 않은 본인 책임도 있다"며 배상액을 100만원으로 낮췄다.
지난 2015년엔 공무원의 전산 기록 입력 실수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14년 6월) 투표를 못 한 부녀에게 정부가 각각 200만원을 배상하라고 법원은 판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엄진 변호사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현재는 최소 200만원 이상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대선 투표권'이라면 그 가치를 더 높게 판단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승은 변호사도 "대선이라는 사실이 영향을 줄 여지는 있다"며 "100만원 정도 예상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