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실혼 남편의 프로포폴 중독에, 의사 아내는 '남편 전용 투약 소굴' 만들었다
[단독] 사실혼 남편의 프로포폴 중독에, 의사 아내는 '남편 전용 투약 소굴' 만들었다
"오늘도 충분히 맞았잖아" 말리면서도 투약 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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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아내는 벌금 1천만 원, 투약한 남편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오늘도 맞았잖아. 충분히 맞았어."
의사 B씨의 만류에도 사실혼 관계인 남편 A씨의 프로포폴 요구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B씨는 간호조무사에게 "그냥 놔주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 한마디는 병원을 불법 투약의 소굴로 만들었다.
춘천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심현근)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B씨에게 원심과 같은 벌금 1,000만 원을, 사실혼 관계인 A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병원 문 잠그고 '매일 프로포폴'
강원도 원주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의사 B씨에게는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병원 실무를 담당하던 사실혼 남편 A씨가 프로포폴에 중독된 것이다. A씨의 중독은 병원 전체를 범죄 현장으로 몰아넣었다.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간호조무사 C씨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C씨는 "A씨가 2018년 1월부터 병원 문을 닫는 2019년 4월까지 거의 매일 프로포폴을 맞았다"며 "요구 강도가 점점 심해지고 사용량도 많아졌다"고 털어놨다.
A씨가 약물을 요구하며 히스테리를 부릴 때마다 C씨는 의사인 B씨에게 어찌할지 물었다. C씨는 "B씨가 처음에는 A씨를 말리다가도, A씨가 너무 히스테리를 부리면 (내게) '놔주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지시 아래 사실상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A씨의 투약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NIMS)에 다른 환자나 직원들이 사용한 것처럼 허위로 보고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하지만 병원 폐업 무렵 A씨의 사용량이 너무 많아 재고와 맞출 수 없게 되자, 결국 B씨의 허락을 받고 A씨가 투약한 것으로 뒤늦게 정리했다.
녹취록에 담긴 진실
B씨는 재판에서 "A씨의 강요에 못 이겨 간호조무사가 투약한 것일 뿐, 자신은 말리거나 회피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병원 투자자가 녹음한 파일이 B씨의 발목을 잡았다.
녹취록에는 A씨의 집요한 추가 투약 요구와 이를 허락하며 양을 조절하는 B씨의 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2019년 3월 2일 자 녹취록에 따르면, B씨는 추가 투약을 요구하는 A씨에게 "80 맞으니까 너무 충분하다고. 오늘도 맞았잖아. 충분히 맞았어"라며 투약량까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불과 일주일 뒤인 3월 9일에도 비슷한 대화가 오갔다. A씨가 "그럼 140 맞은 거네요?"라고 묻자 B씨는 "그럼 허락해서 해줬잖아. 뭐 이렇게 말이 많아? 아유, 오늘 그만큼 맞았으면 많이 맞았어"라며 본인이 투약을 허락했음을 분명히 밝혔다.
재판부는 이 녹취록과 간호조무사의 증언을 토대로 "B씨는 병원의 유일한 의료인으로서 A씨에 대한 프로포폴 투약에 관해 직접 지시하거나 사후 보고를 받아왔다"고 판단했다. B씨의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투약받은 사람'은 왜 무면허 의료행위 무죄일까
검찰은 투약을 요구하고 주도한 A씨 역시 무면허 의료행위의 공범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항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를 '처벌할 수 없는 상대방'으로 봤다.
재판부는 "무면허 의료행위는 시술하는 사람을 처벌할 뿐, 시술받는 상대방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며 투약을 받은 A씨에게는 의료법 위반 공동정범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A씨에게는 프로포폴을 투약한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B씨가 영리 목적으로 범행한 것이 아니고, 사실혼 배우자인 A씨의 집요한 요구를 뿌리치지 못해 범행에 이른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비뚤어진 애정이 부른 부부의 비극은 법의 심판으로 막을 내렸다.
[참고] 춘천지방법원 제1형사부 2024노1307 판결문 (2025. 5. 23.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