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러 시술하며 프로포폴 2배 투여⋯ 80대 노인 숨졌는데 왜 '살인'이 아닐까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필러 시술하며 프로포폴 2배 투여⋯ 80대 노인 숨졌는데 왜 '살인'이 아닐까

2025. 11. 18 16:49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법원, 의사에게 금고 1년 8개월 선고

살인 고의 입증 안 돼 '업무상과실치사' 적용

80대 환자에게 프로포폴을 2배 투여하고 알람까지 끈 의사가 업무상과실치사로 금고 1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80대 노인 B씨는 인중 필러 삽입 시술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의사 A씨가 적정량의 2배가 넘는 프로포폴을 투여하고, 환자의 생명 신호를 알리는 기계음마저 꺼버린 탓이다.


법원은 의사 A씨에게 금고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여론은 들끓고 있다. "이건 명백한 살인 아니냐"는 것이다. 법의 눈으로 봤을 때, 이 사건을 살인죄로 처벌할 수는 없을까.


프로포폴 2배, 알람 끄기⋯ '미필적 고의'는 없었나

살인죄가 성립하려면 가장 중요한 건 고의다. 꼭 "죽여야지"라고 마음먹지 않았더라도,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미필적 고의'만 있어도 살인죄는 인정된다. A씨의 행동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고의성이 엿보이는 대목이 있다.


첫째, 프로포폴 투여량이다. A씨는 80대 고령 환자에게 적정량(14.4cc)의 2배가 넘는 35cc를 주사했다. 의사라면 고령 환자에게 과다한 마취제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모를 리 없다.


둘째, 알람 조작이다.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면 울리는 경고음을 "시끄럽다"는 이유로 꺼버렸다. 이는 환자의 위급 상황을 일부러 무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럼에도 '살인'이 아닌 이유

하지만 법원은 A씨에게 살인죄가 아닌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적용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A씨의 사후 조치에 있다. A씨는 환자에게 청색증이 나타나자 119를 불러 응급실로 이송했다. 비록 때는 늦었지만, 환자를 살리려고 노력한 정황이 인정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의료 사고에서 살인 고의를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다고 본다. 의사의 행위는 기본적으로 환자를 치료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A씨가 프로포폴을 과다 투여하고 알람을 끈 행위는 명백하고 중대한 과실이지만, 환자를 죽이려는 고의까지 입증하기엔 부족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사람이 죽었는데 금고형?"⋯ 솜방망이 처벌 논란

결국 A씨는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금고 1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금고형은 감옥에 가되 노역은 하지 않는 형벌이다.


누리꾼들은 "음주운전 누범 기간에 사람까지 죽였는데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실제로 A씨는 과거 음주운전으로 징역형을 받고 가석방된 상태였다.


법원은 A씨가 유족과 합의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했다고 밝혔지만, "사람이 죽었는데 고작 1년 8개월이냐"는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