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아내가 유언장 써주고 떠났는데…20년 만에 나타난 자녀들 "집 절반 내놓으세요"
사실혼 아내가 유언장 써주고 떠났는데…20년 만에 나타난 자녀들 "집 절반 내놓으세요"
유류분 청구로 절반 뺏길 위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0년 넘게 함께 산 사실혼 아내가 암 투병 끝에 유언으로 집을 남겼지만, 수십 년 만에 나타난 아내의 자녀들 때문에 길에 나앉을 위기에 처했다.
1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한 우진서 변호사는(법무법인 신세계로) "유언은 유효하지만, 자녀들의 유류분 청구권을 막을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아내와의 20년 보금자리, 송두리째 흔들려
A씨는 사별 후 홀로 아이들을 키우다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아내 역시 이혼의 아픔이 있었고, 전남편이 데리고 간 자녀들과는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아내 명의 빌라에 보금자리를 꾸렸고, 20년 넘게 부부처럼 살았다.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A씨의 자녀들도 아내를 '엄마'라 부를 만큼 애틋한 사이였다.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아내에게 암이 찾아왔다. 아내는 투병 중 "내가 없어도 당신이 이 집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며 빌라를 A씨에게 물려준다는 내용의 유언 공정증서를 작성해줬다. 2년간의 극진한 간호에도 아내는 결국 세상을 떠났고, A씨는 유언에 따라 빌라 소유권을 이전했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수십 년간 왕래 한번 없던 아내의 자녀들이 장례가 끝나자마자 나타났다. 그들은 "당신은 이 집에 대한 권리가 없으니 당장 나가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 0순위 아닌 상속권 0%
우진서 변호사는 "안타깝지만 현행법상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법정 상속권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 민법이 규정하는 배우자 상속권은 법률혼 관계에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함께 산 기간이 20년이든 50년이든,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상속받을 재산은 원칙적으로 0원이다.
과거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인정해달라는 헌법소원도 있었지만, 헌법재판소는 "상속 관계는 명확해야 하고, 사실혼 배우자는 유언이나 증여를 통해 재산을 받을 수 있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사연 속 아내가 미리 유언 공정증서를 작성한 것도 이런 현실을 알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언장도 막지 못한 유류분⋯"빌라 지분 절반, 돌려줘야"
그렇다면 A씨는 아내의 유언대로 빌라를 온전히 지킬 수 있을까? 이 역시 어렵다. 바로 '유류분' 제도 때문이다. 유류분이란 자녀 등 법정 상속인에게 법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상속 지분을 말한다.
우진서 변호사는 "자녀들은 상속인으로서 각자 법정상속분의 절반에 해당하는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다"며 "A씨는 유류분에 해당하는 빌라 지분이나 돈을 자녀들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내의 자녀들이 상속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안에 유류분 반환을 청구한다면, A씨는 빌라의 상당 지분을 내어줘야 할 처지인 셈이다.
다만 A씨가 기댈 곳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법 등 각종 연금 관련법에서는 사실혼 배우자도 유족으로 인정해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정법원에서 사실혼관계존재확인 판결을 받아 제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