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게 빌려준 4500만원, 이별 후 받을 수 있을까? 변호사 15인의 총정리
연인에게 빌려준 4500만원, 이별 후 받을 수 있을까? 변호사 15인의 총정리
2020년부터 수년간 남자친구에게 4500만원을 빌려준 여성의 고민. 헤어지기 전 '차용증'을 받으려는 계획은 유효할까? 차용증 작성법부터 공증, 사기죄 고소까지 법률 전문가들의 현실적인 조언을 모았다.

연인과 헤어진 뒤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서는 차용증 작성 후 공증까지 받아 두는 게 좋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사랑의 대가 4500만원, '차용증' 한 장으로 지킬 수 있을까
"2020년부터 최근까지 남자친구에게 빌려준 돈이 총 4,500만 원에 달합니다. 헤어지면 안 줄 것 같아 이별 전 차용증이라도 받으려는데, 과연 돈을 전부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한 여성의 절박한 질문이 온라인 법률 상담 플랫폼에 올라왔다. 사랑과 돈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이들을 위해 15명의 변호사가 내놓은 현실적인 해법을 짚어본다.
사랑과 돈 사이, 4500만원의 무게
A씨는 2020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남자친구에게 돈을 빌려줬다. 월급을 받으면 조금씩 갚겠다는 약속은 매번 집안 사정 등 갖가지 이유로 미뤄졌다.
쌓인 돈은 어느덧 4,500만 원. A씨는 "이러다 평생 못 받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결국 그는 이별을 결심했지만,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성격상 헤어지고 나면 돈을 떼일 게 뻔하니, 관계를 정리하기 직전 '차용증'을 받아두려는 것이다. 과연 이 계획은 A씨의 4,500만 원을 지켜줄 수 있을까.
"차용증, 단순한 종이쪽지 아니다…'법적 효력'의 시작"
변호사들은 A씨의 계획이 법적으로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차용증을 작성하면, 법적으로 채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차용증 자체가 채무자가 빚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채무의 승인'에 해당해, 10년인 채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효과도 있다.
법률사무소 무율의 김도현 변호사는 차용증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항목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채무자와 채권자의 인적사항, 총 채무 금액과 변제 기한, 이자 약정, 변제 방법 등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호사박준희법률사무소의 박준희 변호사 역시 "차용증을 작성한다면 헤어진 후에라도 대여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면서도, "상대방이 차용증 작성에 응할지 여부는 미지수"라며 그간 돈을 빌려달라고 했던 문자 메시지 등 다른 증거 수집도 병행할 것을 추천했다.
"차용증만 믿었다간 '낭패'…'공증'이라는 최강 안전장치"
하지만 차용증 한 장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더 확실한 안전장치로 변호사 다수가 '공증'을 강력히 추천했다. 공증이란 국가가 임명한 공증인이 서류의 진정성을 공적으로 증명하는 절차다.
굿앤굿 법률사무소 최희원 변호사는 "가급적이면 공증까지 받는 것이 추후 빠르게 집행할 수 있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김일권 변호사 역시 "공증을 받아야, 바로 재산 압류 및 추심을 진행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공증된 차용증에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즉시 강제집행을 당해도 이의가 없다"는 문구를 넣으면, 지루한 소송 절차 없이도 판결문과 같은 효력을 발휘해 상대방의 재산을 압류하는 등 강제집행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별은 채무와 무관…그러나 '회수'는 다른 문제"
A씨의 가장 큰 고민, "헤어져도 돈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최희원 변호사는 "이별 여부와 대여금의 회수 여부는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법적으로 채권·채무 관계는 연인 관계의 지속 여부와 완전히 별개다.
그러나 법무법인 베테랑의 박승권 변호사는 "전액을 받느냐는 다른 문제"라며 현실적인 문제를 짚었다. 차용증과 공증으로 법적 권리를 확보하더라도, 상대방에게 갚을 돈이나 재산이 없다면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김경태 변호사도 "차용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전액을 회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대방이 지불 능력이 없거나 재산을 은닉할 경우, 실질적인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인 간의 금전 거래가 위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 채무 불이행? 혹은 '사기죄'?"
만약 남자친구가 처음부터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 없이 A씨를 속여 돈을 빌렸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는 단순한 채무 불이행을 넘어 '사기죄'라는 형사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대표변호사는 "상대방이 말한 용도와 달리 실제로는 도박, 채무 상환 등에 사용했다면 사기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 역시 "형사고소는 그 자체만으로도 채무자에게 심리적으로 매우 큰 압박을 준다"며 민사소송과 별개로 형사고소를 병행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형사 절차 과정에서 상대방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A씨가 4,500만 원을 되찾기 위해선 감정적인 대응보다 치밀한 법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상세한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하고, 이를 공증받아 집행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동시에 계좌 이체 내역, 대화 내용 등 모든 증거를 꼼꼼히 챙겨두어야 한다. 만약 상대방이 약속을 어기고 돈을 갚지 않는다면, 민사소송은 물론 사기죄 고소까지 염두에 둔 다각적인 압박이 필요하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