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키우면 안 된다' 특약 있어도, 일방적인 "나가라"는 요구는 안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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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키우면 안 된다' 특약 있어도, 일방적인 "나가라"는 요구는 안 통한다

2020. 10. 23 14:10 작성2020. 10. 23 14: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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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y@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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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상 '특약' 어겼다면, 계약 해지 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반려동물 사육 금지' 특약을 걸고 세를 준 집주인 A씨. 그런데 세입자가 자신 몰래 반려동물을 키웠다면? 약속을 어긴 세입자를 상대로 당연히 계약을 깰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변호사들은 "그렇게만 볼 수 없다"고 했다. /셔터스톡

새롭게 아파트를 분양받은 A씨는 사정이 생겨 당장 입주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B씨에게 세를 내줬다. 그리고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반려동물 사육 금지."


A씨는 서류상 '특약' 부분에 특별히 넣었으니 세입자 B씨가 이를 당연히 지킬 줄 알았다. 하지만 B씨는 몰래 반려동물을 키웠고, 우연한 기회에 이를 알게 됐다.


두 사람 사이의 월세 계약은 아직 1년 정도 남아있지만, A씨는 특약을 어긴 B씨와 계약을 종료하고 싶다. 변호사들은 이것이 가능하다고 볼까?


'반려동물 사육 금지' 특약, 어겼다고 꼭 계약을 깰 수 있는 건 아니다

집주인 A씨 입장에서는 약속을 어긴 B씨를 상대로 당연히 계약을 깰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변호사들은 "단순하게 판단할 사실이 아니다"고 봤다.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는 "일방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계약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주된 의무'를 어겨야 한다"고 말한다.


이 사안에서 '주된 의무'가 될 수 있는 건 대표적으로 아파트의 훼손이다. 집을 심하게 훼손하거나 공동생활에 큰 피해를 끼친 정도가 됐다면 B씨는 A씨와 체결한 계약상 '주된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일방 해지를 당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그 정도가 아니라면 A씨는 B씨가 '특약을 어겼다' 하더라도 집에서 내보낼 수 없다.


법무법인 인헌의 남중구 변호사는 "아파트를 심하게 훼손하거나, 공동생활에 큰 피해를 끼친 것이 아니라면 적법한 해지사유로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 역시 "애완견을 아파트 내에서 키우는 경우가 매우 흔한 현상이므로, 법원에서는 '특약 조항'을 인정해주지는 않을 가능성 있다"고 예상했다.


변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다. 임대차 계약을 파기하려면 세입자 B씨가 계약상 중대한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는데, 반려동물을 키우며 집을 심각하게 훼손한 정도의 피해를 입히지 않은 이상 이것이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특약은 있으나 마나 한 조항? '이렇게 했다'면 인정

그럼 이런 특약 조항은 '있으나 마나' 한 조항인 걸까. 그건 아니다.


계약 당시 A씨와 B씨 모두 이 조항을 포함시키면서 "이번 계약에서 특별히 중요한 조항"이라고 합의했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김명수 변호사는 "반려동물 금지 규정을 특약사항으로 정한 양쪽 당사자의 의사가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한 검토가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중구 변호사도 "특약에 반려동물 금지조항을 넣게 된 경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집주인 A씨가 계약 체결 전부터 "반려동물을 키우면 절대 안 된다"는 걸 충분히 강조했고, 이에 대해 세입자 B씨도 동의한 '특약'이라면 계약상 중대한 요소로 판단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B씨는 계약상 주된 의무를 위반한 것이 돼 집주인 A씨는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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