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툭' 스쳤는데 손해배상 폭탄... 버스 하차 사고, 내 과실 100% 아니다
어깨 '툭' 스쳤는데 손해배상 폭탄... 버스 하차 사고, 내 과실 100% 아니다
출근길 버스 하차 중 '예측 못한 충돌'… 법률 전문가들 "쌍방과실 명백, 손해 공평 분담해야"

A씨가 마을 버스 하차 중 한쪽 발에 깁스를 한 승객과 '툭' 스치면서 상대방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어깨 한번 '툭' 스쳤을 뿐인데, 병원비에 스마트폰 수리비까지 전부 물어내라니요.
평범한 출근길, 마을버스에서 내리던 A씨의 어깨에 '툭'하고 무언가 부딪혔다. A씨보다 먼저 내리던 승객 B씨였다. 왼쪽 손잡이를 잡고 내리기에 당연히 왼쪽으로 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B씨는 인도에 발을 딛자마자 돌연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다. 피할 새도 없는 충돌이었다.
A씨는 휘청였지만 넘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B씨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A씨가 놀라 일으켜 세우고 보니, B씨의 한쪽 발에는 깁스가 채워져 있었다.
"괜찮다더니..." 하루 만에 날아온 청구서
"괜찮으세요?" A씨는 연신 사과하며 B씨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B씨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B씨가 넘어지면서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의 액정이 깨진 것이다.
일단 연락처를 교환하고 헤어졌지만, 찜찜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 B씨에게서 연락이 왔다. "넘어진 뒤 허리와 무릎에 통증이 생겼다"며 병원 치료비와 스마트폰 수리비 전액을 요구했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도 없는 A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몸이 불편한 사람을 넘어뜨린 죄책감도 들었지만,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B씨의 태도는 억울했다.
법률가들 "A씨 100% 책임? 법리적으로 어려워"
A씨는 정말 모든 손해를 배상해야 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건은 양측의 과실이 함께 작용한 '쌍방과실' 사고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민법 제750조)이 성립하려면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A씨와 B씨 모두에게 일부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김경태 변호사는 "상대방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예측하기 어려웠던 점, 깁스를 해 균형 유지가 어려웠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민법상 '과실상계' 원칙을 강조했다. 과실상계란,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을 경우 그 비율만큼 가해자의 배상 책임을 줄여주는 제도로,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꾀하는 것이다.
허소현 변호사 역시 "상대방의 갑작스러운 방향 변경과 깁스를 한 상태 자체가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A씨가 모든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합의가 최선, 안 되면 '소액심판'도 방법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우선 상대방이 요구하는 손해 내역을 꼼꼼히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스마트폰 수리비 영수증, 병원 진단서와 치료비 명세서 등을 받아 실제 손해액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그 후, 쌍방과실임을 근거로 합리적인 배상 비율을 제시하며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법률 전문가들은 통상 이런 경우 5:5 또는 6:4 정도의 과실 비율을 제시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상대방이 과도한 요구를 굽히지 않으며 전액 배상만을 고집한다면, 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방법도 있다. 청구 금액이 적을 경우 비교적 절차가 신속한 '소액사건심판(3000만 원 이하의 금전 청구 사건을 한 번의 재판으로 신속히 처리하는 제도)'이나 법원의 중재로 합의를 이끄는 '민사조정(법관이나 조정위원이 분쟁 당사자들의 주장을 듣고 여러 사정을 고려해 합의를 유도하는 절차)'을 활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