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가리" 막말의 대가는 300만 원... 법원, 직장 내 언어폭력 '불법행위' 엄단
"소대가리" 막말의 대가는 300만 원... 법원, 직장 내 언어폭력 '불법행위' 엄단
언어폭력 5대 유형 분석
치료비 포함한 손해배상 책임 인정 판결 잇따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언어폭력이 단순한 감정싸움을 넘어 법적 배상 책임이 따르는 ‘민사상 불법행위’로 명확히 규정되고 있다. 최근 법원은 상급자의 폭언에 대해 최대 300만 원의 위자료와 정신과 치료비까지 배상하라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으며 일터 내 인격권 보호를 강화하는 추세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근무하는 직장인 A씨는 사용자로부터 "머리에 뭐가 들었냐", "소대가리가 너보다 똑똑하겠다"는 등의 비하 발언을 지속적으로 들었다. 단체는 지난해 제보된 언어폭력 사례를 분석해 ▲협박형 ▲비교·비난형 ▲능력 모욕형 ▲신체 비하형 ▲인격 말살형 등 5가지 주요 유형을 제시하며 일터 내 폭언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괴롭힘 경험자 330명 중 17.8%가 모욕 및 명예훼손을, 15.4%가 폭행 및 폭언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언어폭력은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주어 정상적인 근무 환경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업무상 적정 범위 초과"... 법원이 인정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
사법부는 직장 내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고통을 주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를 위반한 직장 내 괴롭힘이자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고 명시했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실제 판결 사례를 보면 폭언의 구체적 수위가 배상 책임의 근거가 된다. "너는 돈 받아 가는 게 미안하지 않냐"며 비난한 상사에게 직장 내 괴롭힘 책임이 인정됐으며(울산지방법원 2024. 3. 19. 선고 2022가단112549 판결), "병신이냐", "지랄하고 자빠졌네" 등의 욕설을 퍼부은 경우도 위법한 행위로 판단됐다(수원지방법원 2023. 4. 19. 선고 2022나64099 판결).
특히 해악을 고지하는 수준의 발언은 더욱 엄중하게 다뤄진다. "입을 펜치로 다 뽑아버리겠다"는 등의 폭언을 일삼은 가해자에게 법원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은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수원지방법원 2025. 9. 23. 선고 2024가단562442 판결). 또한 "개후레자식"과 같은 인격 모독적 발언 역시 손해배상 책임을 면치 못했다(대전지방법원 2023. 11. 21. 선고 2023나201025 판결).
인격권 침해 배상액, 최대 300만 원에 치료비 별도 산정
법원은 위자료 산정 시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폭언의 내용과 횟수, 행위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최근 판례에서 확인된 위자료 액수는 사안에 따라 70만 원에서 300만 원 수준이다.
욕설과 폭언으로 정신적 고통을 준 가해자에게 300만 원의 위자료가 인정된 사례가 대표적이다(대구지방법원 2023. 4. 4. 선고 2022가단109046 판결). SNS인 인스타그램에 비방글을 올린 행위에는 200만 원(의정부지방법원 2021. 1. 28. 선고 2020나204194 판결), 단순 모욕적 발언에는 100만 원의 위자료 판결이 각각 내려졌다(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21. 6. 15. 선고 2018가단82264 판결).
주목할 만한 변화는 위자료 외에 실제 치료비 배상을 인정하는 경향이다. 상급자가 업무상 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준 사건에서 법원은 위자료 70만 원과 함께 피해자가 지출한 정신과 치료비 전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광주지방법원 2024. 9. 25. 선고 2024나72192 판결). 이는 언어폭력과 건강 악화 사이의 인과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한 결과다.
비밀 녹음도 민사 증거로 인정... 신속한 증거 확보가 관건
언어폭력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증거 확보가 필수적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녹음 파일, 문자메시지, 이메일, 목격자 진술 등이 주요 증거로 활용된다. 특히 민사소송에서는 대화 당사자가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한 파일이라도 증거능력이 원칙적으로 인정된다(대법원 1999. 5. 25. 선고 99다1789 판결).
법원은 비밀 녹음이 정당한 목적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다면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으로 본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4. 16. 선고 2020가단5087001 판결). 따라서 폭언 발생 시 당황하지 말고 녹음을 하거나 발생 일시, 장소, 내용을 상세히 기록한 일지를 작성하는 것이 유리하다.
사용자는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하며, 피해자가 요청할 경우 유급휴가나 근무 장소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신고를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되므로 피해자는 고용노동청 진정이나 민사 소송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