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의 죽음, 끝내 산재로 인정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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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도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의 죽음, 끝내 산재로 인정 안 됐다

2021. 08. 06 19:02 작성2021. 08. 09 09:58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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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전단지 알바 하던 20대 쓰러진 채 발견⋯병원 "열사병 추정"

폭염에 일하다 사망한 근로자들 많지만⋯법원은 그들의 더위를 산재로 보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리던 20대 청년이 사망했다. 병원에선 열사병을 사망 원인으로 추정했다. 이 안타까운 죽음은 누가, 어떻게 보상할 수 있는 걸까. /연합뉴스⋅게티이미지⋅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리던 20대 청년이 사망했다. 지난 3일, 인천 동구의 한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청년. 행인의 신고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튿날 끝내 숨을 거뒀다.


병원에선 열사병을 사망 원인으로 추정했다. 당시 인천 지역은 기온이 30℃를 웃돌며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특히 이날은 습도까지 높아져, 체감 온도는 35℃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는 사람의 체온이 40℃ 이상 치솟은 상태를 열사병으로 본다. 사망한 청년이 무더위에 야외에서 오랜 시간 알바를 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 안타까운 죽음은 누가, 어떻게 보상할 수 있는 걸까.


알바생이나 일용직 근로자도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선, 정규직이 아닌 알바생이나 일용직 근로자도 업무상 재해(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다.


우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누구나, 산재를 보상받을 수 있다고 명시한다(제6조). 여기에 알바생도 포함된다. 고용 형태나 일하는 장소는 무관하다. 일하다가 다쳤다면, 보상받도록 하는 것이 산재보험법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1명이라도 있는 사업장이라면 반드시 산재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근로자가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어도, 이를 통해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산재보험법 규정만 놓고 보면, 일하다가 다치더라도 걱정이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 안전망조차 '더위'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많은 근로자가 7~8월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한다. "이 정도 더위라면 죽을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만 했던 일들이 실제로 벌어진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그들이 겪는 더위를 쉬이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폭염에 일하던 근로자들⋯갑작스러운 죽음에도, 산재로 인정 안 돼

최근 2년간 폭염과 관련된 노동 사건은 많았지만, 법원에서 유족 등의 청구가 받아들여진 경우는 찾기 힘들었다.


판결문 속, 사망 근로자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비슷한 형태를 띠었다. 그들은 7월부터 8월 사이,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를 넘나드는 시기에 일을 했다. 일터는 야외의 공사 현장 또는 냉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실내였다. 죽음은 천천히 찾아오지 않았다. 앉아있던 모습 그대로, 때로는 걸어가던 도중에도 쓰러졌다. 하지만 그들 중에 산재를 인정받은 사람은 없었다.


판결서 중 판단 이유 발췌. /대전지법 제공
판결서 중 판단 이유 발췌. /대전지법 제공


지난 2018년 7월, 충남 논산의 초등학교 공사 현장에서 일했던 A씨. 여름방학을 맞아 빈 학교 안에서 낡은 마루를 교체하는 것이 그의 업무였다. 하지만 A씨는 공사 도중 사망했다. 오후 1시쯤, 공사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A씨. 앉아있던 자세대로 쓰러져, 바닥에 이마를 찧은 채였다.


A씨 아내는 "평소 음주나 흡연도 하지 않았다"라며 "공사 기간 내내 최고 39℃에 이르는 폭염이 이어진 게 문제였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A씨가 일했던 교실 안이 냉방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물론, 법원에서도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4월, 대전지법 행정1단독 이창경 부장판사는 "A씨가 이미 수년 전부터 여러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며 업무에 숙달된 상태였다"며 "특별히 단기간에 강도 높은 노동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 사망 당일 오전 11시쯤 기온이 32.9℃까지 가긴 했지만, 폭염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 "공사 기간에도 낮 최고 기온이 39℃까지 올라갔지만, 야외가 아닌 교실 안은 그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봤다.


이 판결이 나오기 2주 전에도, 이창경 부장판사는 비슷한 이유를 들어 유족의 산재 청구를 기각했다.


판결서 중 판단 이유 발췌. /대전지법 제공
판결서 중 판단 이유 발췌. /대전지법 제공


지난 2015년 8월, 충북 청주의 공사 현장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던 B씨. 오전 11시 30분쯤,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려고 걸어나가다가 쓰러졌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B씨의 자녀는 산재라 했지만, 재판부는 아니라 했다. 사망 당시 기온이 30℃였고, 지면 온도는 38℃를 넘어선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랬다.


이창경 부장판사는 "폭염경보 1단계 기준인 33℃ 미만이었다"며 "B씨의 작업 환경이 구조물에 의해 그늘이 질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했다. 비록 야외였지만 그늘에서 일했다면 덜 덥지 않았겠냐는 취지였다.


판결서 중 판단 이유 발췌. /서울행정법원 제공
판결서 중 판단 이유 발췌. /서울행정법원 제공


같은 해 8월, 경남 김해의 공장 신축 현장에서 일하던 C씨도 세상을 떠났다. 정오 무렵, 동료들이 쓰러져 있는 C씨를 발견한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갑자기 쓰러진 듯 앞으로 몸이 고꾸라진 상태였다.


C씨 아내는 "60대인 남편이 폭염에 야외 공사 현장에서 강도 높은 작업을 하다가 사망한 것"이라며 "별도의 휴게장소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C씨 사망 당일 김해 지역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됐고, 최고 기온은 31.1℃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평소 앓고 있었던 고혈압이 문제가 된 것"이라고 봤다.


지난 2019년 11월,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함상훈 부장판사)는 C씨 아내의 청구를 기각했다. 사망 직전 근로시간이 길지 않았고, 39년간 목수로 일한만큼 익숙한 업무였을 거라는 게 이유였다.


함상훈 부장판사는 "그 무렵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긴 했지만, 그다음 날에는 최고 기온이 33℃를 넘지 않아 폭염주의보가 해제됐다"며 C씨가 겪은 더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심장내과 전문의도 폭염, 야외 공사가 이 사건 발생에 아주 작은 영향만 미쳤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며 "날씨가 더웠다고 해서 질병을 유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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