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할 때 찍은 적 있다" 카톡 보냈지만⋯불법촬영 1·2심 모두 '무죄' 왜?
"뒤에서 할 때 찍은 적 있다" 카톡 보냈지만⋯불법촬영 1·2심 모두 '무죄' 왜?
평소 동의하에 촬영했던 정황 고려

수원지방법원 /연합뉴스
성관계 중 불법촬영을 한 혐의로 기소된 A씨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상대방에게 "찍었던 적은 있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으나, 법원은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보강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뒤에서 할 때 찍은 적 있다"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발단
2019년 11월경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A씨와 B씨는 교제하며 관계를 맺어왔다.
검찰은 A씨가 2020년 2월 16일경 천안시의 한 숙소에서 B씨와 성관계를 하던 중, B씨가 뒤로 돌아있는 자세에서 휴대전화로 몰래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보고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가장 핵심이 된 증거는 A씨가 B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였다.
A씨는 B씨에게 "같이 관계가지면서 뒤에서할때 한번 찍었던적은 있지만"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B씨는 A씨가 불법촬영을 한 것 같다는 추측으로 1차 고소를 했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수사기관으로부터 A씨의 진술을 전해 들은 뒤 2020년 2월 16일로 범행 일시를 특정해 2차 고소를 진행했다.
1심 재판부 "자백 외에 유죄 입증할 보강증거 없다"
1심 재판부인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형사소송법 제310조에 명시된 '자백의 보강법칙'에 따라, 피고인의 자백이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법리를 적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가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의 자백에 해당할 여지는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 자백을 뒷받침할 독립된 보강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B씨의 고소 내용이나 진술 역시 본인의 기억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경찰 조사를 바탕으로 한 추측성 진술에 불과해 피고인의 자백과 독립된 증거가치를 지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법관의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무죄 유지… "동의하에 촬영한 정황도 존재"
검찰은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수원지방법원 제5형사부는 문제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소사실에 대한 명확한 자백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이 2020년 2월 16일 외에도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가졌는데, 해당 메시지 내용만으로는 촬영 일시나 장소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A씨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줄곧 고소인의 동의를 받아 촬영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사건 무렵 두 사람의 합의하에 촬영이 이뤄졌던 정황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B씨는 수사기관에서 2020년 2월 15일에서 16일 사이 두 사람의 휴대전화로 신체 일부 등을 동의하에 촬영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장면들을 동의를 받아 촬영한 피고인이 이후 성관계하는 모습은 몰래 촬영하였다는 것은 선뜻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며 원심의 무죄 결론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