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에 없던 남배우의 성추행…피해 여배우 모욕한 '가해자 팬들' 손해배상 판결
대본에 없던 남배우의 성추행…피해 여배우 모욕한 '가해자 팬들' 손해배상 판결
"가해자 무죄라 믿었다" 변명했지만
법원 "고의적 모욕" 위자료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연합뉴스
영화 촬영 중 동료 남자 배우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여배우가 가해자의 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온라인 팬카페 등에서 피해자를 고의로 모욕한 누리꾼 3명에게 위자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촬영장 강제추행 사건과 대법원 유죄 확정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5년 4월 한 영화 촬영 현장이었다. 당시 여자 주연 배우였던 A씨는 부부 역할로 출연한 남자 조연 배우 B씨와 연기하던 중 강제추행 피해를 입었다.
B씨는 대본이나 감독의 지시에 없었음에도 임의로 A씨의 상의를 찢고 신체를 만지는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B씨는 도리어 A씨가 허위 사실을 유포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A씨를 고소해 무고죄까지 저질렀다.
이에 대해 2017년 10월 항소심 재판부는 B씨의 강제추행 및 무고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2018년 9월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며 최종 확정됐다.
가해자 팬카페 회원들의 2차 가해
가해자 B씨에 대한 항소심 유죄 판결이 나온 이후, B씨의 온라인 팬카페 회원들은 피해자 A씨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해당 팬카페와 A씨가 출연하는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 등에 A씨를 고의로 모욕하는 글을 반복해서 올렸다.
결국 A씨는 성폭력 피해에 이은 2차 가해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팬카페 회원 12명을 상대로 금전적 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고의적 모욕 인정"…3명에게 배상 판결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불법행위가 구체적으로 입증된 팬카페 회원 3명에 대해 A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2018년 1월과 2월에 다음 카페에 모욕성 글을 올린 2명에게는 각각 100만 원을, 2017년 12월에 글을 올린 1명에게는 150만 원을 배상하라고 명했다.
재판 과정에서 일부 피고는 가해자의 무죄 주장이 사실이라고 믿을 객관적 근거가 있었고, 제한된 팬카페 내부에서 회원들 간에 하소연성 글을 올린 것에 불과하다며 배상액 감경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의 행위가 고의에 의한 명백한 모욕이며,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한편, 피고 12명 중 나머지 9명에 대한 소송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 판단 없이 재판을 끝내는 각하 판결이 내려졌다.
민사소송에서 채권자가 발생 시기와 원인이 다른 여러 개의 손해배상채권을 청구할 경우 각 불법행위별로 청구금액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한다.
재판부는 원고 측이 법원의 보정 명령에도 불구하고 피고별로 손해배상액을 합산하여 청구취지를 명확히 특정하지 않았다고 각하 사유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