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라 믿고 집 불렀다" 입짧은햇님 활동 중단…처벌 피할 '착오' 입증이 관건
"의사라 믿고 집 불렀다" 입짧은햇님 활동 중단…처벌 피할 '착오' 입증이 관건
강남 병원에서 만났는데 가짜 의사?
입짧은햇님, '주사이모' 파문에 활동 중단
'무면허 교사죄' 처벌 피할까

입짧은햇님 /연합뉴스
구독자 176만 명을 보유한 유명 유튜버 입짧은햇님(본명 김미경)이 이른바 '주사이모'로 불리는 여성으로부터 불법 의료행위를 받았다는 의혹을 인정하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박나래, 샤이니 키에 이어 팀의 주축이 모두 이 사건에 연루되면서 방송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입짧은햇님은 1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예정된 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녀는 논란이 된 이 모 씨를 지인의 소개로 강남구 소재의 한 병원에서 처음 만났으며, 당시 정황상 의사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특히 이 씨가 입짧은햇님의 자택으로 직접 방문해 의료행위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입짧은햇님은 "이 씨가 제 집으로 와 주신 적은 있지만, 내가 이 씨의 집에 간 적은 없다"며 병원에서 만난 인연이 자택 진료로 이어졌음을 시인했다. 이번 사태는 개그우먼 박나래를 기점으로 확산된 '주사이모' 게이트의 연장선으로, 불과 열흘 만에 세 명의 핵심 출연진이 한꺼번에 하차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강남 병원서 첫 만남… 집까지 찾아온 '주사이모'의 정체
사건의 핵심은 '의료 면허가 없는 자가 의료행위를 했는가'와 '그것을 알면서도 요청했는가'에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관계에 따르면 입짧은햇님은 지인으로부터 이 씨를 소개받았고, 첫 만남 장소가 정식 병원이었기에 신분에 대한 의구심을 갖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 씨는 병원에서 입짧은햇님을 진료한 이후, 직접 그녀의 자택을 방문해 추가적인 의료행위를 이어갔다. 입짧은햇님은 이를 '의사에 의한 왕진' 혹은 '특별 진료 서비스'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이 씨가 정식 의료 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영리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업으로 삼았는지(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위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문제는 입짧은햇님이 단순한 피해자를 넘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도록 시킨 '교사범'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의료법 제27조 제5항은 누구든지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설령 진료의 대상이 '자기 자신'이라 할지라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최근 판례의 경향이다.
"내가 나에게 주사 놔달라고 한 것도 죄?"… 법원 "본인이라도 유죄"
법조계에서는 입짧은햇님의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죄' 성립 여부를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쟁점으로 꼽는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본인이 치료를 받은 것이 무슨 죄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법원은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를 엄격히 다스리고 있다.
실제로 울산지방법원 2023. 11. 10. 선고 2023노481 판결에서는 "의료법 제27조 제5항은 제3자에 의한 무면허 의료행위 자체를 금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료행위의 객체가 자기 자신일지라도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도록 했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입짧은햇님이 이 씨가 무면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자택으로 불러 진료를 받았다면, 의료법 제88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이 씨가 의사가 아님을 알았느냐는 '고의성' 여부가 형사 처벌의 향방을 가를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의사인 줄 알았다"는 착오… '병원 첫 만남'이 구제책 될까
입짧은햇님 측이 내세우는 강력한 방어 논리는 '사실의 착오'다. 처음 만난 장소가 강남의 병원이었고, 지인의 소개였기에 의사 자격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형법 제16조에 따르면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해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하고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다.
법조계 관계자는 "병원이라는 공신력 있는 장소에서 가운을 입고 진료를 했다면 일반인 입장에서 면허증 제시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 사회통념상 합리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후 진료 장소가 '자택'으로 변경된 점은 입짧은햇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법원은 행위자가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는지(주의의무 위반)를 따진다. 병원이 아닌 사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진 의료행위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은 것이 '정당한 이유가 있는 착오'로 인정될지가 관건이다. 부산지방법원 2022. 11. 17. 선고 2021노964 판결 등에서도 위법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있었는지를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다.
자택 방문 진료는 무조건 불법? 예외 규정 찾아보니
입짧은햇님이 자택에서 진료를 받은 행위 자체가 곧바로 의료법 위반은 아니다.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의료기관 외에서도 진료가 가능하다.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두26315 판결에 따르면, 특정 환자의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방문 진료를 하는 것은 보건의료정책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 있다. 특히 유명 연예인이나 유튜버처럼 프라이버시 보호가 중요하거나 촬영 일정 등으로 병원 방문이 어려운 경우, 이를 '부득이한 사유'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의 결론은 입짧은햇님이 '이 씨를 의사로 믿을 수밖에 없었던 객관적 정황'을 얼마나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수사 과정에서 최초 소개 당시의 대화 내용, 병원 방문 기록, 결제 방식 등이 면밀히 검토될 예정이다. '주사이모' 파문이 연예계를 넘어 법적 공방으로 치닫는 가운데, 대중의 시선은 이제 수사기관의 입으로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