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앞두고 소송이라니”…군인 신분으로 민사소송 휘말리면, 군사재판 받나?
“전역 앞두고 소송이라니”…군인 신분으로 민사소송 휘말리면, 군사재판 받나?
가게 주인과 대금 문제로 다툰 병사, 법률 상담 나선 사연…전문가들 “민사소송은 일반 법원 관할, 부대 통보 의무 없지만 예외는 있어”

전역을 앞둔 병사가 대금 문제로 민사소송 위기에 처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전역을 코앞에 둔 병사가 가게 주인과 대금 문제로 다투다 민사소송 위기에 놓이며, 군 복무 중 겪을 수 있는 법적 분쟁에 대한 경각심을 울리고 있다.
“전역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민사소송이라니….” 한 병사의 절박한 질문이 법률 상담 플랫폼에 올라왔다. 가게 주인과 벌인 사소한 실랑이가 법정 다툼으로 번질 위기에 처하자, 그는 군인 신분으로 소송에 휘말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군사재판을 받게 되는 건 아닌지, 이 사실이 부대에 알려져 징계를 받지는 않을지, 그의 질문에는 군인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불안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군인이면 군사법원 가나요?”…명쾌한 전문가들의 답변
결론부터 말하면, 군인이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되더라도 군사법원에 가지 않는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민사소송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반 법원의 관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군사법원은 군인이 저지른 ‘형사사건’을 다루는 특별 법원이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대금 지불 문제와 같은 개인 간의 다툼은 민사 분쟁에 해당한다”며 “군인 신분과 무관하게 일반 민사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며 군사법원으로 넘어가는 일은 없다”고 명확히 설명했다. 법무법인 중산의 김영오 변호사 역시 “군사법원은 형사사건만 담당할 뿐, 민사소송은 군인 신분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이는 법률에 명시된 원칙이다. 「군사법원법」 제2조는 군사법원의 재판권을 군인이 저지른 범죄나 군 관련 ‘형사사건’으로 뚜렷이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가게 주인과의 대금 분쟁 같은 개인 간의 채무 문제는 군사법원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다.
소송 사실, 부대에 알려질까?…‘원칙은 NO, 예외는 YES’
병사의 또 다른 걱정은 ‘부대의 인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서도 변호사들은 “원칙적으로 법원이 부대에 소송 사실을 통보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민사소송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므로, 법원이 소속 부대에 이를 알릴 법적 의무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외는 존재한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법원 서류인 소장이 병사가 생활하는 부대 주소로 송달되면 행정 담당자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송 상대방이 피고의 주소지를 부대로 기재할 경우다.
더신사 법무법인의 남희수 변호사는 더 위험한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만약 상대방이 사기 등 혐의로 형사고소를 함께 진행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이 경우 군사경찰(옛 헌병대)이 수사에 착수하게 되므로 부대에서 알게 되는 것은 물론, 징계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단순 민사 분쟁이 형사 사건으로 비화하는 순간,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셈이다.
“합의는 절대 없다”…감정적 대응이 부를 더 큰 화
질문자인 병사는 “상대방의 태도에 기분이 너무 나빠 합의는 절대 하고 싶지 않다”며 감정 섞인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홧김에’ 소송에 응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하며 실리를 따져볼 것을 조언했다.
윤관열 변호사는 “만약 재판에서 패소하면 원래 내야 할 돈은 물론, 연체 이자인 지연손해금과 상대방의 변호사 비용까지 물어줘야 할 수 있다”며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소송에서 이기려면 대금을 제대로 주지 않은 데 대한 타당한 이유와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만 한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전역을 앞둔 시점에서 소송이 길어지는 것은 사회로의 첫발을 내딛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시간과 비용의 문제를 지적했다. 감정 싸움의 대가가 생각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현실적인 충고다.
결국 전문가들의 조언은 하나로 모인다. 군 복무 중 예기치 못한 민사 분쟁에 휘말렸다면, 감정적 대응을 앞세우기보다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증거를 확보하고 소송의 득실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