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마일리지 휴가' 날짜 조작, 전역했는데 처벌받을까?
군대 '마일리지 휴가' 날짜 조작, 전역했는데 처벌받을까?
시간 외 사역으로 모은 포상휴가, 6개월 사용기한 피하려 신청서 날짜 허위 기재… 전역 후 감찰 소식에 불안감 호소

군 복무 중 포상휴가 유효기간을 피하기 위해 신청서 날짜를 허위 기재한 병사가 전역 후 형사처벌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달콤한 휴가 뒤에 숨은 '작은 거짓말'…전역해도 형사처벌 받나?
최근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로 복귀한 A씨. 홀가분한 마음도 잠시, 그는 군 생활의 한 가지 기억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시간 외 사역의 대가로 받은 포상휴가를 원하는 때에 쓰기 위해 신청서에 적어 넣었던 '작은 거짓말'이 전역한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6개월 유효기간 피하려"…마일리지 휴가의 '꼼수'
A씨가 복무했던 부대는 시간 외 사역에 참여한 병사들에게 '마일리지'를 부여하고, 누적된 마일리지가 일정 점수에 도달하면 포상휴가를 주는 제도를 운영했다. 문제는 이 포상휴가에 '6개월'이라는 유효기간이 있었다는 점이다. 병사들은 기준 점수를 채운 날로부터 6개월 안에 휴가를 사용해야만 했다.
하지만 수많은 병사의 마일리지 획득 시점을 간부들이 일일이 확인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A씨와 동료들은 이 허점을 파고들었다. 휴가 신청서에 마일리지 기준 점수 도달 일자를 실제보다 늦춰 적는 방식으로 유효기간의 굴레를 벗어났다.
덕분에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나갈 수 있었지만, 이 '꼼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전역 후 후임에게서 "마일리지 관련 감찰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이다. A씨는 "공문서 위조 같은 걸로 형사처벌까지 갈 수 있느냐"며 가슴을 졸였다.
공문서 위조? 변호사들 "그것보단 '이 죄'가 문제"
A씨의 가장 큰 걱정은 '공문서 위조죄'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이 죄가 성립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지금의 김진환 변호사는 "군대에서 휴가신청과 관련된 서류이기는 하지만 단순 신청서일 뿐이기 때문에 공문서에 해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병사 개인이 작성하는 신청서는 공무원이 직무상 작성하는 '공문서'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 변호사들은 다른 혐의를 지목했다. 바로 '위계(僞計)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다. 위계란 상대를 속여 착오에 빠뜨리는 것을 뜻한다. A씨가 허위 날짜를 기재해 결재권자인 부대장을 속이고 휴가 승인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한 행위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설시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며 "감찰에서 발견된다면 문제의 소지는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군형법상 '근무기피목적위계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나가기 위해 속임수를 쓴 행위 자체가 근무를 피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전역하면 끝? "민간 경찰이 수사할 수도"
"이미 전역했으니 괜찮지 않을까?" A씨가 가졌을 법한 희망은 법리 앞에서 힘을 잃는다. 전문가들은 전역을 했기 때문에 군 내부 징계는 피할 수 있지만, 형사처벌 절차는 별개라고 경고한다.
법무법인 중산의 김영오 변호사는 감찰 이후의 절차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감찰 결과 형사사건으로 판단되면 군사경찰에 수사가 의뢰된다. 이때 피의자가 A씨처럼 전역한 민간인 신분이라면 사건은 민간 경찰로 이첩된다.
김 변호사는 "A씨가 전역한 후이기 때문에 수사권이 민간경찰에 있어 수사의뢰 받은 군사경찰은 민간경찰에 이첩한다"고 말했다. 결국 군복을 벗었더라도 범죄 혐의가 있다면 민간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는 의미다.
'괘씸죄' vs '정상 참작'…처벌 가능성은?
그렇다면 A씨는 실제로 처벌을 받게 될까. 법조계에서는 A씨의 행위가 명백한 위법 소지가 있지만, 여러 정상 참작 사유가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A씨는 있지도 않은 휴가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역을 통해 얻은 정당한 휴가 권리를 단지 '원하는 시기'에 사용하기 위해 편법을 썼을 뿐이다.
육군 군검사 출신인 더신사 법무법인의 남희수 변호사는 "군 행정의 허술함을 이용한 것이고, 직접적인 피해를 야기하지 않았다면 고의성 여부와 위법성 조각 사유(위법성을 없애주는 사유) 등이 고려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실한 행정 시스템을 악용한 점은 괘씸하지만, 애초에 휴가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는 점, 부대에 실질적인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점 등이 재판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A씨에게 우선 감찰 결과를 지켜보되, 만약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게 되면 즉시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사실관계를 솔직히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