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주사를 '마약 운전'으로 허위 신고…자취방 물건까지 훔쳐 간 지인, 처벌될까?
인슐린 주사를 '마약 운전'으로 허위 신고…자취방 물건까지 훔쳐 간 지인, 처벌될까?
장애인 비하·도박꾼 허위글·스토킹까지…1000쪽 넘는 증거에도 대응 막막한 피해자

중증 장애인인 A씨가 지인으로 부터 마약 허위 신고, 명예훼손, 절도, 스토킹 등 복합 괴롭힘을 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중증 장애를 가진 A씨는 최근 황당한 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인 B씨가 A씨의 인슐린 주사를 마약 투약으로 둔갑시켜 허위 신고했기 때문이다.
B씨의 괴롭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온라인 카페에 'A씨가 기초수급비로 도박을 한다'는 허위 글을 올리는가 하면, A씨의 자취방에서 식료품과 물건을 훔쳐 가기까지 했다. 고소하겠다고 경고해도 B씨의 사이버 스토킹과 협박은 멈추지 않았다.
A씨의 손에는 B씨의 범행을 입증할 1000쪽이 넘는 자료가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과연 A씨는 B씨의 복합적인 괴롭힘을 멈추게 하고,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온라인 명예훼손, 허위신고, 자취방 절도까지…범죄의 '뷔페'
A씨에 따르면 B씨의 괴롭힘은 지난해 9월경부터 시작됐다. B씨는 인터넷 카페에 A씨가 기초수급비로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다는 허위 사실을 담은 댓글을 남겼다.
이후 개인 카카오톡으로 A씨의 장애를 비하하는 욕설과 인신공격을 한 달간 이어갔다. 최근에는 다시 연락해 협박과 인신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B씨의 악행은 온라인을 넘어섰다. A씨가 제2형 당뇨로 인슐린을 맞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운전'으로 국민신문고에 허위 신고해 경찰 조사를 받게 만들었다. A씨의 이전 직장에도 허위 사실로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
급기야 길에서 마주친 A씨의 차에 침을 뱉고, A씨의 자취방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쌀, 라면 등 식료품과 물건들을 훔쳐 가기도 했다.
죄목만 7개 이상…'장애인 학대'는 더 무거운 처벌 가능성
결론부터 말하면 변호사들은 B씨의 행위가 여러 중대한 범죄에 해당해 강력한 처벌이 가능하다고 봤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모욕, 스토킹처벌법 위반, 무고, 주거침입, 절도, 재물손괴까지 최소 7개 이상의 죄목이 거론된다.
특히 변호사들은 B씨가 A씨의 장애를 이용하고, 허위 신고로 수사기관을 동원한 점을 무겁게 봤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는 "타인에게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경찰 등 공무소에 신고하는 행위는 무고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에 대한 정서적 학대 행위는 장애인복지법 위반 소지도 함께 검토할 수 있어, 일반적인 스토킹 사건보다 훨씬 무겁게 다루어질 사안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반복적인 연락과 협박은 스토킹처벌법 위반 소지가 크다. 법률사무소 유 (唯) 박성현 변호사는 "지속적·반복적으로 원치 않는 메시지를 보내 공포심을 유발했다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강력한 처벌이 가능하다"며 "신속히 고소장을 접수하고 잠정조치 등 신변보호 수단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000쪽 증거, 그냥 내면 '독'…혐의별 정리가 핵심
A씨가 1000쪽이 넘는 방대한 증거를 확보한 것은 유리한 지점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 증거를 어떻게 제시하느냐가 사건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는 "서류가 1000페이지가 넘는다고 그대로 제출하면 오히려 핵심이 흐려질 수 있다"며 "수사기관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죄명별로 핵심 증거를 붙여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해자의 예상 반론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률사무소 청원 최원석 변호사는 "상대방이 '동의 하에 출입했다'거나 '물건을 맡아둔 것'이라는 변명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공유하게 된 경위, 출입 동의 여부, 피해 물품 목록과 시점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도록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현재도 괴롭힘이 계속된다면 형사 고소와 별개로 법원에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 실효성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