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족쇄 '가해자 성(姓)'…이름 바꾸고 손해배상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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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족쇄 '가해자 성(姓)'…이름 바꾸고 손해배상도 가능하다

2026. 06. 19 11:4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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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 지났다고 포기? '정신과 진단'이 뒤집은 대법원 판례

17년 전 친족에게 성폭행당한 피해자가 성(姓) 변경과 손해배상 청구를 추진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그 사람 성으론 제정신에 못 살아." 17년 전 친족에게 성폭행당한 피해자의 절규다. 가해자는 이미 사망했지만, 과거의 족쇄를 끊기 위한 법적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성(姓)을 바꾸는 '성본 변경'을 넘어, 10년의 소멸시효를 뛰어넘는 '손해배상 청구'까지 가능한 길이 열렸다.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줄 대법원 판례와 변호사들이 제시하는 핵심 전략을 심층 분석한다.


"그 성(姓)으론 제정신에 못 살아"… 17년 만의 절규


A씨의 시간은 17년 전 그날에 멈춰 있다. 10대 시절, 친족에게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 기억은 성인이 된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A씨는 "그로 인해 억압을 하며 살았으나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공황장애, ADHD, 불안장애, 우울증 등이 왔고, 최근에는 자살시도도 있었습니다"라며 참혹했던 세월을 고백했다.


더 이상 가해자의 흔적이 담긴 성(姓)으로 살아갈 수 없다고 결심한 그녀는 10년간의 고민 끝에 법원의 문을 두드리기로 했다. "그 사람의 성을 쓰면 제가 제정신으로 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이름 바꾸기, '고통의 증명'이 관건… 변호사들의 조언


변호사들은 A씨가 가해자의 성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핵심은 '고통의 증명'이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는 "성본변경은 단순히 성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유만으로는 어렵지만, 부친과의 관계 단절, 학대·성폭력 피해,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 등이 인정되면 법원이 허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감명 신민수 변호사 역시 "법원은 성본 변경을 허가할 때 신청인이 현재의 성과 본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지, 변경의 필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게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피해 경위를 담은 상세한 진술서 ▲어머니 등 가족의 사실확인서 ▲공황장애·우울증 등 정신과 진단서 및 치료 기록 등을 통해 '현재의 성을 쓰는 것이 왜 회복을 방해하는지'를 법원에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핵심] 10년 벽 넘었다…'손해배상' 길 터준 대법원 판례


이름을 바꾸는 것을 넘어, 가해자 측에 금전적 책임을 물을 길도 열려 있다. 가해자가 사망해 형사처벌은 불가능하지만, 그의 상속인을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관건은 '소멸시효'다.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권은 보통 사건 발생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하지만 법원은 성폭력 피해의 특수성을 깊이 고려했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대법원은 과거 성폭행 피해자가 수년이 지난 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은 사건에서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바로 "전문가로부터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현되었다는 진단을 받은 때 비로소 손해 발생이 현실적인 것이 되었고, 이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대법원 2019다297137 판결)고 본 것이다.


즉, A씨가 최근 공황장애,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면 바로 그 시점부터 소멸시효 3년이 다시 계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1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도 배상의 길이 완전히 막히지 않은 것이다.


법원의 최종 기준 '자의 복리'… "불순 의도 없다면 허가"


성본 변경과 손해배상 소송 모두에서 법원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가치는 '자의 복리(자녀의 행복과 이익)'이다. 17년 전 사건에 대한 형사 기록이 없어도 괜찮을까?


서명기 변호사는 "성본변경 심판은 형사재판처럼 범죄사실을 엄격하게 증명하는 절차는 아닙니다"라며 진술의 구체성과 정신적 고통의 정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원은 성본 변경 신청의 목적을 유심히 살핀다. 김형민 변호사 사무소 김형민 변호사에 따르면 법원은 "주관적·개인적인 선호의 정도를 넘어 복리차원의 변경필요가 있고, 범죄 기도 또는 은폐, 법령제한 회피의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개입되어 있는 등 변경권 남용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성·본 변경을 허가함이 상당하다"는 입장이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정상적인 삶을 되찾기 위한 A씨의 호소는 법원이 보호하려는 '복리'의 가치에 정확히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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