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발" 욕설은 무죄, 후드티 잡자 돌변한 폭행 가해자
"씨발" 욕설은 무죄, 후드티 잡자 돌변한 폭행 가해자
경찰 "욕 한번은 죄 안돼" 불송치…법조계 "명백한 모욕, 즉시 이의신청해야"

버스 안 욕설에 항의하던 남성이 상대방의 도발에 대응하다 되레 폭행 가해자로 몰려 송치됐다. / AI 생성 이미지
버스 안에서 이유 없는 욕설을 듣고 항의하던 남성이, 되레 폭행 가해자로 몰려 검찰에 송치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정작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은 상대방은 경찰 단계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아 사건의 불균형이 도마 위에 올랐다.
법률 전문가들은 경찰의 법리 판단에 오류가 있다며, 즉각적인 이의 신청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바로잡고 정당한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조언하고 나섰다.
"너한테 한 거야, 씨발"…버스 안에서 시작된 악몽
사건의 발단은 A씨가 아내와 함께 버스에 타고 있을 때였다. 하차를 준비하던 중, 뒷좌석의 한 남성이 A씨 부부를 향해 "씨발 졸라 시끄럽네"라며 시비를 걸었다.
A씨가 "저희에게 욕 한 거냐"고 묻자, 남성은 "너희한테 하지, 누구한테 하냐"며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A씨가 "시끄러우면 조용히 해 달라고 하면 되지, 왜 욕을 하시느냐"고 맞받아쳤지만, 남성의 막말은 그치지 않았다.
"술 먹었어? 술 먹었으면 집이나 쳐 들어가지 왜 지랄이냐"며 2차 욕설을 퍼부었다. 버스에서 내린 뒤에도 남성의 조롱은 계속됐다. 그는 정류장 의자에 자신의 안경까지 벗어던지며 "열 받으면 쳐 보세요"라고 도발하며 A씨를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대화를 위해 도망가는 남성의 후드티 모자를 붙잡은 순간, 남성은 기다렸다는 듯 "폭행"을 외치며 경찰에 신고했다. 결국 A씨는 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고, A씨가 제기한 상대방의 모욕죄 고소는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욕 한 번은 죄 안 돼?"…법조계가 지적한 경찰의 오류
A씨를 더욱 좌절시킨 것은 경찰의 설명이었다. 담당 형사가 "한 번 욕들은 걸로는 모욕죄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판단이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쉴드 임현수 변호사는 "다수의 승객이 있는 대중교통 안과 정류장이라는 공개된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이 듣는 가운데 의뢰인님 부부를 향해 욕설을 하였다면, 공연성과 특정성이 인정될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라며 "단순히 한두 번 욕설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모욕죄 성립이 무조건 부인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예준 신선우 변호사 역시 "'한 번 욕설이면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식의 설명은 법리로 일반화하기 어렵고, 핵심은 ①그 표현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수준인지, ②공연성이 있는지, ③증거로 입증되는지에 달려 있다고 보셔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경찰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폭행 혐의, 정당방위는 어려워도 '참작 사유'는 명백
그렇다면 A씨에게 씌워진 폭행 혐의는 어떻게 봐야 할까?
법조계는 후드티 모자를 잡은 행위 자체는 법리상 '유형력 행사'로 평가돼 폭행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사건의 전후 맥락을 따져보면 정상 참작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의 서아람 변호사는 "이 사안은 양형 측면에서 충분히 참작 사유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선행 욕설과 도발, '쳐보라'는 유도 행위, 도망 다니며 자극한 정황 등은 정당방위까지는 아니더라도 책임을 크게 감경하는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라며 검찰 단계에서 이러한 경위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대방의 명백한 원인 제공과 도발 행위가 있었던 만큼, 이를 근거로 선처를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의신청으로 협상 주도권 찾아야"…전문가들의 최종 조언
전문가들은 A씨가 현재의 불리한 국면을 타개할 첫걸음으로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사건은 자동으로 검찰로 넘어가 처음부터 다시 수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모욕죄 불송치 건에 대한 이의신청을 통해, 상대방의 범죄 혐의를 다시 입증하여 협상의 주도권을 회복해야 합니다"라고 전략을 제시했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 역시 이의신청을 통해 모욕죄 혐의를 되살려 두는 것이, 상대방이 처벌을 피하고자 합의를 시도할 때 서로 고소를 취하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협상 카드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섣부른 판단을 바로잡는 이의 신청이 억울한 폭행 혐의를 방어하고 사건 전체의 주도권을 되찾아 올 핵심 열쇠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