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진상 참교육으로 차에 침 뱉기?…정말 세차비만 주면 끝인지 팩트체크 해봤다
주차 진상 참교육으로 차에 침 뱉기?…정말 세차비만 주면 끝인지 팩트체크 해봤다
아파트 주민들의 집단 침 뱉기, 통쾌한 복수극 아닌 '재물손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아파트 지하주차장 2층에서 1층으로 올라가는 길목을 떡하니 막아선 차량 한 대.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며 지자체에 신고해봤지만 "사유지라 강제 견인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경비원이 스티커를 붙이자 차주는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화를 냈다.
이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이웃이 있었다. 자신을 변호사라고 소개한 그는 솔깃한 제안을 던졌다. "차에 침을 뱉으세요. 닦으면 그만이라 손괴죄 안 됩니다. 세차비만 물어주면 돼요."
이 말을 믿은 주민들은 우르르 몰려가 며칠 동안 해당 차량에 침을 뱉었고, 결국 차주는 두 손을 들고 차를 뺐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주차진상 대처 시원시원하게 잘한 아파트'라는 제목의 사연이다. 네티즌들은 "사이다 결말"이라며 환호했고, 댓글에는 "똥을 투척하자"는 과격한 의견까지 달렸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차갑다. "세차비만 주면 된다"는 조언은 명백한 가짜 뉴스이며, 이를 따랐다간 자칫 전과자가 될 수 있다.
닦으면 그만?... 침 뱉기, 명백한 재물손괴다
"쉽게 원상복구가 가능해서 손괴죄가 아니다"라는 주장은 형법의 기초를 오해한 위험한 발언이다.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는 물건을 부수는 것뿐만 아니라,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도 처벌한다. 여기서 '효용을 해한다'는 것은 물리적 파괴뿐만 아니라, 감정상으로 물건을 본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행위까지 포함한다.
대법원 판례(2007도2590)는 "건조물에 오물을 투척해 미관을 해치거나 이용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도 효용을 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차량에 침을 뱉는 행위, 특히 이번 사례처럼 다수인이 며칠간 반복적으로 생물학적 오염물질인 침을 뱉어 차를 뒤덮었다면 어떨까. 운전자가 느낄 혐오감과 불쾌감은 극에 달할 것이며, 세차 전까지는 차량을 정상적으로 운행하기 어렵다. 법원은 이를 차량의 효용 침해로 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이웃의 조언을 믿고 침을 뱉은 주민들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똥 바르자"는 댓글... 실행하면 가중처벌
게시글 댓글에는 "똥을 바르자"는 반응도 있었다. 만약 실제로 차량에 인분을 투척하거나 발랐다면 재물손괴죄 성립은 더욱 명확해진다. 인분은 침보다 악취와 오염도가 심각해 차량의 효용을 완전히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여럿이 함께 위력을 과시하며 이런 행위를 했다면 '특수손괴죄'가 적용될 수 있다. 형법 제369조에 따르면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죄를 범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껑충 뛴다.
단순한 분풀이가 아니라, 모욕죄나 경범죄처벌법 위반까지 더해져 소위 '범죄 종합세트'가 될 수 있다.
불법주차니까 괜찮다?... 정당방위 인정 안 돼
주민들은 "먼저 불법주차로 피해를 준 건 상대방"이라며 억울해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정당행위나 자구행위로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 법은 사적인 복수를 엄격히 금지한다. 불법 주차를 해결하기 위한 합법적 수단(견인 요청, 가처분 신청 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침을 뱉거나 오물을 투척하는 것은 수단의 상당성을 잃은 과도한 보복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변호사 이웃의 조언은 주민들을 범죄의 늪으로 밀어 넣은 셈이다. 불법 주차에 화가 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감정적 대응은 전과 기록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라는 더 큰 청구서로 돌아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