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피의자로…음주차 피한 가족, '보험사기범'으로 몰린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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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피의자로…음주차 피한 가족, '보험사기범'으로 몰린 사연

2025. 11. 28 12:0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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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정거 한 번에 7명 부상, 경찰은 '고의 사고'를 의심했다. 음주운전 비접촉 사고, 무엇이 이 가족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나.

음주운전 비접촉 사고로 다친 일가족이 보험사기 혐의로 조사받게 됐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음주운전 차량을 피하려 핸들을 꺾었을 뿐인데, 한 가족이 '보험사기단'으로 몰렸다. 정상 주행 중이던 차 안에서 7명의 가족이 한순간에 부상자가 됐고, 이들을 덮친 건 경찰의 차가운 의심이었다.


A씨는 “정말 억울하다”며 가슴을 쳤다.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한순간에 뒤바뀐 운명 앞에 선 그는 도움을 호소했다. 음주운전 차량을 피하려다 되레 보험사기범으로 몰린 한 가족의 기막힌 사연이다.


'깜빡이도 없이 훅 들어왔다'…도로 위 악몽의 시작


평온했던 주말, A씨는 가족 6명을 태우고 2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때, 눈앞에 나타난 포터 트럭 한 대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도로 위를 위태롭게 헤엄쳤다.

위험을 직감한 A씨가 1차로로 차선을 바꿔 빠르게 앞지르려던 바로 그 순간, 포터 트럭이 방향지시등(깜빡이)도 없이 1차로로 돌진해왔다.


“피해야 한다!” A씨는 본능적으로 핸들을 왼쪽으로 꺾으며 브레이크를 있는 힘껏 밟았다. ‘끼이익-’ 아스팔트를 긁는 굉음과 함께 차는 멈춰 섰다. 하지만 차 안에 있던 가족들은 급격한 쏠림을 이기지 못하고 서로 부딪히며 고통을 호소했다. 7명 모두 부상을 입은 것이다.


진짜 악몽은 그다음이었다. A씨는 “상대방이 명백한 음주운전 사고 유발자임에도 보험 접수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가해자의 모르쇠도 황당했지만, 이들을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은 것은 수사 당국이었다.


'7명 부상? 너무 많다'…경찰이 보험사기를 의심한 이유


경찰은 비접촉 사고로 7명이나 다쳤다는 점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결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사고 감정을 의뢰하고, A씨 가족을 보험사기 혐의 피의자로 전환해 조사를 시작했다. 피해자를 돕기는커녕, 오히려 범죄자로 낙인찍으려 한 셈이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김재헌 변호사는 “비접촉 사고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나오면 수사기관이 보험사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은 일반적인 절차”라며 “국과수에 사고 당시 충격으로 7명이 다칠 수 있는지 인과관계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과수 감정은 차량 속도, 급제동 시 발생하는 충격 가속도(G-force) 등을 분석해 상해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판단한다. 이 결과는 A씨 가족의 억울함을 풀어줄 결정적 증거가 될 수도, 반대로 혐의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블랙박스는 알고 있다…'인과관계' 증명이 유일한 탈출구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인과관계(원인과 결과 사이의 법적 연결고리)’ 입증이 사건의 심장부라고 강조했다. 상대방의 난폭 운전 때문에 A씨가 급정거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가족들이 다쳤다는 사실을 명백히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베테랑 심광우 변호사는 “비접촉 사고라도 상대방의 비정상적 운전을 피하려다 사고가 났다면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블랙박스 영상, 주변 CCTV,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해 논리적으로 방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고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블랙박스 영상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다. 여기에 사고 직후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와 일관된 가족들의 진술이 더해진다면, 경찰의 의심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배 째라'는 가해자, 방법은 있다…'직접청구권'이라는 최후의 카드


가해자가 음주 사실을 숨기려 보험 접수를 거부하며 버티는 경우, 피해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할까? 법은 피해자에게 ‘직접청구권’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쥐여준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보험사에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10조).


법무법인 명의 윤재훈 변호사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비접촉 사고는 상대방 과실이 명백하므로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며 “보험사가 지급을 거부하면 금융감독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는 것도 효과적인 압박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사건의 뿌리는 한 음주운전자의 이기심과 무책임함이다. 억울한 ‘보험사기범’ 누명을 벗고 정당한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선, 감정적 호소를 넘어 냉정한 증거로 진실을 증명하는 싸움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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