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누명 벗어도…'국가배상'은 왜 하늘의 별 따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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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누명 벗어도…'국가배상'은 왜 하늘의 별 따기일까?

2026. 04. 09 09:0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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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 "무죄≠배상, 수사기관의 '명백한 과실' 입증이 관건"

타인의 허위 진술로 억울하게 기소되어 무죄 판결을 받아도, 수사기관의 명백한 과실을 피해자 스스로 입증해야 하므로 국가배상을 받기는 어렵다. / AI 생성 이미지

내 물건을 내가 훔쳤다니,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있을까. 타인의 허위 진술 하나에 절도범으로 몰려 형사재판까지 받게 된 A씨. 그는 무죄 판결을 받으면 부실 수사를 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무죄 판결이 곧 국가배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수사기관의 '명백한 잘못'을 피해자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높은 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억울함을 풀기 위한 험난한 여정, 그 길을 들여다봤다.


"내 물건인데 도둑으로 몰렸어요"…억울한 기소, 배상은?


자신의 소유물을 훔쳤다는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그는 경찰과 검찰이 상대방의 일방적인 진술에만 의존해 무리하게 수사와 기소를 진행했다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결국 A씨는 향후 무죄가 선고되고 민사소송을 통해 물건의 소유권까지 인정받는다는 전제하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법률 전문가들의 문을 두드렸다.


법무법인 쉴드 임현수 변호사는 "자신의 소유인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진술만으로 수사와 기소가 진행되어 형사재판까지 받게 되셨으니 그 과정에서 겪으신 억울함과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크셨을지 깊이 공감합니다"라며 A씨의 처지에 공감을 표했다.


무죄 판결 ≠ 국가배상…'수사기관의 명백한 과실' 입증해야


변호사들은 A씨의 기대와 달리, 무죄 판결이 곧바로 국가배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국가배상법에 따라 배상이 이뤄지려면, 담당 경찰이나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했고, 그 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잃을 정도로 위법했다는 점을 피해자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무죄판결(및 민사에서 소유권 인정)만으로 곧바로 국가배상이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수사·기소가 당시 자료 기준으로도 ​경험칙·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을 정도​이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현저히 결여한 수사방법​임을 원고가 입증해야 국가배상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며 입증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즉, 명백한 소유권 증거가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했거나, 핵심 증거 확인 없이 일방의 진술만으로 기소했다는 등 수사 과정의 '현저한 잘못'을 객관적 자료로 입증해야만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국가배상만 바라볼 순 없다…'형사보상'과 '증거확보' 병행해야


전문가들은 국가배상 소송의 높은 문턱을 지적하며, 보다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서 상대방 진술의 모순점을 파고들어 무고 혐의의 단서를 확보하고, 무죄가 확정된 후에는 '형사보상청구'를 통해 실질적인 금전 피해를 신속히 회복하는 절차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법무법인 건영 김재문 변호사는 "상담인에게 무죄가 선고되면, 구금에 대한 보상금, 변호인 선임 비용, 법원 출석 여비 등에 대한 보상을 청구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국가배상보다 요건이 명확한 형사보상 제도를 먼저 활용해 구금이나 재판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보전받으라는 것이다.


국가 상대 소송,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기록 확보와 소멸시효가 관건"


만약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국가배상 소송을 결심했다면, 철저한 사전 준비는 필수다. 변호사들은 공통적으로 무죄 판결문뿐만 아니라, 방대한 수사기록 전체를 확보해 수사기관의 구체적인 과실 지점을 특정하는 작업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한 변호사는 "준비하셔야 할 부분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당시 질문자님의 소유권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 수사기관이 이를 어떻게 다뤘는지 보여주는 기록,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자료입니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소멸시효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가배상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내에 행사해야 하므로, 무죄가 확정된 후 지체 없이 법적 검토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억울하다는 감정적 호소를 넘어, 수사기관의 명백한 '잘못'을 법의 언어로 증명하는 고된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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