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에서 파버리겠다"는 협박의 오류 두 가지
"호적에서 파버리겠다"는 협박의 오류 두 가지

"호적에서 파버리고 싶다"는 말은 사실 틀렸다. 그리고 실제로는 법적으로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호적에서 파버리든가 해야지."
70대 고령의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A씨는 골치가 아프다.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형제들 때문이다. 10년 전 누나와 형이 한 종교에 빠지면서 갈등이 시작되었다. 불화는 점점 심해졌고 이제는 연락조차 끊겼다. '남'이나 마찬가지인 사이가 돼버렸다.
끝없는 감정싸움에 지친 부모님은 이 둘을 "호적에서 파버리고 싶다"며 A씨에게 절차를 알아보라고 한다. 과연 부모님의 말처럼 자신의 형제들을 호적에서 삭제할 수 있는 걸까?
우선 "호적에서 파버리겠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신분 관계 증명을 위해 있었던 '호주제(戶主制)'는 2008년 1월 1일 폐지되었고, 가족관계등록부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호적은 혼인·이혼·입양 등의 인적사항을 모두 담고 있었는데 가족관계등록부는 개인별 생년월일과 가족관계 등 필요한 정보만 표시하도록 되어있다.
가족관계등록부에는 5가지 증명서가 포함되어있다. ① 기본증명서 ② 가족관계증명서 ③ 혼인관계증명서 ④ 입양관계증명서 ⑤ 친양자 입양관계증명서 등이다.
이 때문에 "호적에서 파겠다"는 말을 현 제도에 반영해본다면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삭제해야지" 정도로 바꿔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삭제하는 일은 가능한 일일까?
답을 먼저 말하자면, 불가능하다. 법적으로 가족관계를 끊을 방법은 없다.
법무법인 하민의 박광흠 변호사는 "법적으로 가족 관계를 삭제할 방법은 없다"고 못 박았고, 법률사무소 용기의 박예지 변호사도 "가족관계등록부를 감정적인 이유로 삭제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가족관계등록부는 수정과 변동 사항이 모두 반영돼 기록이 남는다. 사실상 '완전한 삭제'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렇듯 '호적을 파는 일'은 법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예외적 사항들은 있다.
혈연관계로 이어져 있지 않은 가족관계인 경우다. 예를 들면, 친자가 아닐 경우 그리고 입양 취소, 파양 등이 해당한다. '친생 부인(親生否認)의 소' 등을 통해 친생(親生)부모 관계가 아님이 밝혀지면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도 가족관계등록부 정정만 가능하고 변경 사항에 대한 기록은 남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