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검사에선 '국내산'이라는데…'수입산 섞어 팔았다'며 검찰에 넘기겠다는 단속반, 왜?
정밀검사에선 '국내산'이라는데…'수입산 섞어 팔았다'며 검찰에 넘기겠다는 단속반, 왜?
마트 정육점 암행 단속, 진단키트 판정 오락가락하더니…'국내산' 결과지 받고도 '인정하라' 압박

정육점주 A씨가 원산지 표시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 AI 생성 이미지
마트 내 정육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단속반이 나와 원산지 표시 위반 혐의로 조사를 벌인 것이다.
농관원은 정밀검사를 위해 A씨 가게의 국내산 대패삼겹살을 채취해 갔다. 얼마 뒤 나온 검사 결과는 '국내산'. 하지만 농관원은 A씨에게 수입산을 섞어 판 사실을 인정하라며, 인정하지 않으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겠다고 압박했다.
객관적인 검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A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국내산' 판정에도 '인정하라' 압박…엇갈린 진단키트 결과
사건은 지난 7월 중순에 시작됐다. 농관원은 A씨의 가게에서 미리 국내산 대패삼겹살을 세 차례 사전에 구매해 검사했고, 국내산과 수입산이 혼합됐다는 의심을 품었다.
이후 조사관 4명이 A씨의 가게를 찾아왔다. 이들은 현장에서 진단 키트로 국내산 고기를 검사했다. A씨가 보기엔 수입산을 뜻하는 한 줄만 떴지만, 조사관들은 희미하게 두 줄이 보인다며 '국내산'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다음 날 찾아온 다른 조사관 2명은 똑같은 검사에서 한 줄이 뜨자 '수입산'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이들은 정밀검사를 하겠다며 고기를 채취해 갔다.
지난 8월 10일, A씨는 정밀검사 결과지를 받았다. 결과는 '국내산'이었다. 하지만 조사관들은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수입산과 국내산을 혼합해 팔지 않았냐며 인정을 유도했고, A씨가 부인하자 검찰 송치를 예고했다.
변호사들 "정밀검사 유리하지만…'암행 구매분'이 진짜 쟁점일 것"
변호사들은 정밀검사 결과가 '국내산'으로 나온 것은 A씨에게 매우 유리한 증거라고 봤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사건이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는 "이번에 채취한 고기가 국내산으로 나온 것과, 조사관들이 혐의의 근거로 삼는 자료는 별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농관원은 현장 정밀검사 결과와는 별개로, 사전에 암행구매한 3회분의 시료 검사 결과를 근거로 혼합판매 혐의를 계속 주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태하 최승현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이미 '혼합 판매'에 대한 정황 증거를 확보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단순히 억울함만 호소하거나 매입 자료만 제시하는 것으로는 수사기관의 의심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법무법인 약속 조범수 변호사 역시 "정밀검사에서 국내산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송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실제 혼합판매를 한 사실이 없다면 조사과정에서 섣불리 인정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매입자료'로 혼입 불가능성 입증해야…'섣부른 인정'은 금물
변호사들은 A씨가 가진 매입자료 등 반박 증거로 혐의를 적극적으로 다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사기관의 유도신문에 넘어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인정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봤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방어의 핵심은 매입 단계부터 판매까지의 유통 경로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라며 "국내산 매입 세금계산서, 거래명세서, 축산물이력번호 등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수입산이 섞일 여지가 없었음을 체계적으로 소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조사관마다 진단 키트 판정이 엇갈린 점도 지적해야 할 부분이다. 법무법인 한강 김전수 변호사는 "현장에서 사용한 진단키트 결과를 조사관마다 다르게 해석했다는 부분은 그대로 넘길 문제가 아니"라며 "검사 방법의 신뢰성을 다투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의 서아람 변호사는 "혐의를 부인했는데도 송치를 예고받았다면 변호사를 선임하여 농관원 단계 또는 검찰 송치 직후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을 적극 권한다"고 했다.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검찰 처분이 나오기 전에 자료를 체계적으로 제출해 반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법적으로 원산지를 속여 팔거나 다른 농산물을 혼합해 판매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