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넘어간 전세집, 새 집주인에게 보증금 받을 수 있나?
경매 넘어간 전세집, 새 집주인에게 보증금 받을 수 있나?
대항력 있지만 배당순위 밀려…낙찰자로부터 퇴거 통보까지 받은 임차인

전세 사기로 집이 경매에 넘어가도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은 새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전세 사기로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갔고, 배당 순위에서도 밀려 2억 원의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A씨.
설상가상으로 집을 낙찰받은 새 집주인에게서 퇴거해 달라는 통보까지 받았다.
A씨는 남은 보증금을 새 집주인에게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접했지만, 정말 가능한 일인지 막막하기만 하다. A씨는 과연 보증금을 되찾을 수 있을까?
"대항력 있다면, 새 집주인에게 보증금 요구할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A씨는 새 집주인(낙찰자)에게 남은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다수 변호사들은 A씨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 대항력을 갖췄다는 점에 주목했다.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는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가진 임차인으로서 새 집주인(낙찰자)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며 "낙찰자는 기존 임차인의 대항력에 따른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도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경매 절차에 참여해 보증금 배당을 요구했으나 전액 돌려받지 못했다면, 그 임차권은 소멸하지 않는다. 이 경우 낙찰자는 임대인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므로, 남은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를 진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 제3조의5 단서).
대법원 역시 "보증금 전액을 배당받을 수 없었던 때에는, 보증금 중 경매절차에서 배당받을 수 있었던 금액을 뺀 나머지에 관하여 경락인에게 대항하여 이를 반환받을 때까지 임대차관계의 존속을 주장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98다2754 판결).
"보증금 받기 전까지는 퇴거 거부할 권리 있어"
A씨는 집을 비워 달라는 통보를 받은 상황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까지는 퇴거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조언했다.
변호사 홍현필(법률사무소 홍현필)은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면, 보증금을 반환받기 전까지는 퇴거를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법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임대차 관계가 존속한다고 본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2항).
만약 LH 공공임대주택 입주 등 다른 사정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면, 반드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등기를 마친 뒤에 집을 비워야 한다.
심준섭 변호사는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을 통해 임차권을 등기하고 보증금을 받을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며 "이는 퇴거 후에도 귀하의 권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임차권등기 없이 퇴거하면 대항력을 잃어 낙찰자에게 보증금을 요구할 수 없게 된다.
개인회생과 보증금 반환 소송, 무엇을 먼저?
A씨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인회생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보증금 반환 절차를 먼저 밟아볼 것을 권했다.
법무법인 창세의 김솔애 변호사는 "보증금 반환 요구와 회생절차 진행은 서로 별개의 문제"라며 "회생을 진행하기 전에 법적으로 보증금 반환을 먼저 시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A씨가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조치는 낙찰자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만약 낙찰자가 이를 거부한다면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개인회생 신청은 보증금 회수 결과를 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
다만, 법무법인 인화 김명수 변호사는 "선순위 저당권보다 뒤에 대항력을 갖춘 임차권은 경매로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에서 본 대법원 판례는 이처럼 배당 순위에서 밀려 보증금을 모두 받지 못한 경우에도 임차인의 권리가 낙찰자에게 승계됨을 명확히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