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전거 뜯어 훔친 10대들, '단순 절도'라고요?
내 자전거 뜯어 훔친 10대들, '단순 절도'라고요?
CCTV 속 2인조 범행 명백한데...경찰 판단에 '분통'

청소년 2명이 아파트 공동현관에 침입해 자전거를 훔쳤으나 경찰이 단순 절도로 판단해 논란이다. / AI 생성 이미지
청소년 2명이 아파트 공동현관을 강제로 열고 자전거를 분해해 훔쳐 갔지만, 경찰이 '단순 절도'로만 판단해 논란이 일고 있다.
CCTV에 모든 범행 과정이 찍혔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예상한 특수절도, 주거침입 혐의가 빠진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경찰의 초기 판단이 최종 결론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죄명 변경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
"CCTV에 다 찍혔는데, 이게 왜 그냥 절도입니까?"
아파트 지하에 세워 둔 자전거를 도둑맞은 A씨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CCTV를 확인해 보니, 청소년 2명이 공동현관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와 지하 1층에서 A씨의 자전거 앞바퀴를 분해해 들고 달아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범인들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자전거를 팔려다가 덜미를 잡혔다. A씨는 2명 이상이 함께 저지른 범행(특수절도)에, 문을 강제로 열고(재물손괴) 아파트에 침입한(주거침입) 행위까지 더해져 가중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찰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그냥 절도만 된다"는 것이었다. 명백한 영상 증거 앞에서도 자신의 상식과 다른 판단을 내린 경찰에 대해 답답함을 느껴 법률 상담의 문을 두드렸다.
2인조 범행은 '특수절도'…처벌 수위부터 다르다
전문가들은 A씨의 사건이 단순 절도가 아닌 '특수절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특수절도는 2명 이상이 합동하여 타인의 재물을 훔쳤을 때 성립한다.
법무법인 도결 이환진 변호사는 "CCTV에 청소년 2명이 함께 자전거를 분해하여 가져가는 장면이 찍혀 있다면 합동절도의 시간적·장소적 협동관계가 인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며 특수절도 성립 가능성을 높게 봤다.
실제로 단순 절도(6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와 달리 특수절도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이 훨씬 무겁다.
법무법인 로웰 김훈희 변호사 역시 "2명이 함께 범행을 저질렀고 실제로 자전거를 분해해 가져갔다면 특수절도 검토는 가능합니다"라고 밝혔다.
공동현관은 '우리 집' 아닌가? 주거침입의 쟁점
가장 큰 쟁점은 '주거침입' 인정 여부다. 과거엔 아파트 공용 공간 침입을 주거침입으로 보지 않는 경우도 많았지만, 최근 판례는 경향이 바뀌고 있다.
김훈희 변호사는 "보안장치가 있는 공동현관을 무단으로 열고 침입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이 인정된 판례도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온 행위 자체가 거주자들의 평온을 해쳤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자전거 앞바퀴를 분해한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서는 김 변호사가 "단순히 절취를 위해 분해한 정도이고 원상복구가 가능하다면, 수사기관은 보통 절도죄에 흡수된다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설명해, 별도 혐의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경찰 판단이 끝 아니다… "논리적 의견서 제출이 핵심"
전문가들은 경찰의 초기 판단이 최종 결론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법무법인 도모 김상훈 변호사는 "수사 초기 단계에서 죄명과 적용 법리를 바로잡지 않으면 추후 불기소나 경미한 처분을 막기 어렵습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CCTV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 만큼, 피해자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법리적 주장을 펼치느냐에 따라 가해자들의 죄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환진 변호사 역시 "CCTV 원본과 공동현관 개방 장면, 두 사람의 행위 분담 부분을 특정하여 추가 고소 또는 의견서를 제출하시길 권합니다"라고 조언하며, 죄명을 바로잡는 것이 가해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합의 과정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