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사서 바로 되팔았는데 사기죄?…'딜러 녹취록'이 뒤집은 전세
신차 사서 바로 되팔았는데 사기죄?…'딜러 녹취록'이 뒤집은 전세
개인용이라 속이고 수출 목적으로 구매하자 딜러는 '사기' 고소... 법조계는 "딜러가 되팔이 권유한 정황, 사기 성립 어려워" 분석

신차를 되팔아 사기죄로 고소당한 구매자가 딜러의 수출 권유 녹취록을 공개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내가 탈 차"라더니 해외로 직행…'신차 되팔이' 사기죄 논란, 핵심은 '이것'
신차를 구매한 뒤 바로 중고차 판매상에게 넘겨 해외로 수출하게 한 구매자가 자동차 딜러로부터 사기죄로 고소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구매자는 되팔 목적으로 차를 샀다고 경찰에 실토했지만, 오히려 딜러가 해외 수출을 권유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갖고 있어 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내가 탈 건데요"…엇갈린 진술, 사기죄의 시작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A씨는 중고차 판매상에게서 받은 돈으로 신차 영업점을 찾아 차를 계약했다. 그는 당시 딜러에게 "내가 직접 탈 목적으로 구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차량을 인도받자마자 약속된 중고차 판매상에게 차를 넘기고 수고비를 챙겼다. 이 차량은 곧바로 해외로 수출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신차 딜러는 A씨가 자신을 속여 차량을 판매하게 했다며 A씨를 사기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처음부터 중고차 판매상에게 팔 목적으로 차량을 구매했다"고 진술해 스스로 '기망행위(상대방을 속이는 행위)'가 있었음을 일부 인정했다. 딜러를 속인 행위가 처벌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러시아로 보내면 돈 더 받아요"…딜러의 '수상한 조언' 담긴 녹취록
궁지에 몰린 듯했던 A씨는 그러나 예상치 못한 '반격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딜러와의 대화가 담긴 음성 녹음 파일이었다. A씨는 "신차를 구매할 당시 딜러가 '이 차는 러시아로 보내면 돈을 더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딜러가 되려 차를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방법을 귀띔해줬다는 것이다.
A씨에게 유리한 정황은 또 있었다. 그는 차량 구매 당시 되팔이를 금지하는 내용의 서약서를 쓰지 않았고, '몇 km 이상 주행해야 한다'거나 '얼마 동안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식의 어떠한 조건도 듣지 못했다. 통상 자동차 제조사들이 단기 수출을 막기 위해 거는 안전장치가 전혀 없었던 셈이다.
법조계 "기망행위 있었지만…사기죄 성립은 '글쎄'"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행위가 기망에 해당할 소지는 있으나, 사기죄가 성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본인이 탈 목적이라고 한 부분이 기망행위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러한 기망행위와 (딜러의) 재산상 처분행위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딜러의 '러시아 수출' 언급이 담긴 녹취 파일이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변호사는 "딜러가 '이 차를 러시아로 보내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고 한 음성 녹음은 중요한 증거"라며 "이는 딜러의 조언이나 유도에 따른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딜러가 A씨의 되팔이 의도를 알았거나 심지어 조장했다면 A씨가 딜러를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역시 "정식으로 구매를 했고 구매 서류에 금지사항이 없었다면, 단순 변심으로 차량을 판매했다고 주장하면 될 것"이라며 "확실히 사기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봐도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깡'과 다른 '현금 구매'…판결 가를 핵심 쟁점은?
이번 사건은 할부로 차를 뽑아 대부업체에 넘기고 현금을 챙기는 속칭 '자동차깡'과는 성격이 다르다. 자동차깡은 할부금을 갚을 의사나 능력 없이 금융사를 속여 대출을 받는 것이 핵심이어서 사기죄가 명확하지만, A씨는 정상적으로 차량 대금을 완납했다. 딜러나 자동차 판매사 입장에선 금전적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법무법인 다담 채규민 변호사는 "정상적인 가격을 지불하고 차량을 매수한 뒤 제3자에게 되파는 것만으로는 신차 딜러를 기망하여 재산상 이익을 편취했다고 보기 어려워 사기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개인 용도라고 속여 특별 할인을 적용받았다면 사기죄가 문제 될 수 있다"고 예외적인 경우를 덧붙였다.
결국 법원은 A씨가 딜러를 적극적으로 속여 부당한 이득을 취했는지를 따질 것으로 보인다. 딜러의 러시아 수출 언급 녹취, 서약서 부재 등 A씨에게 유리한 증거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수사기관과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