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이 저를 비웃었어요"…법정 2차 가해에 무너진 성범죄 피해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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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님이 저를 비웃었어요"…법정 2차 가해에 무너진 성범죄 피해자의 눈물

2025. 09. 15 09:3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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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판사 태도, 판결과 직결 안 될 수도…다만 무죄 시 즉각 항소 준비해야"

판사가 성범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 A씨에게 "합의하에 했던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성범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가 주심 판사로부터 "합의 아니냐"는 등 2차 가해성 질문을 받아 법정의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피해자 A씨는 "판사님이 저를 비웃었다"며 무너져 내렸고, 법조계에서는 판사의 태도가 판결에 미칠 영향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한 명백한 사건이었지만, 재판정의 기류는 A씨가 아닌 가해자 쪽으로 흐르는 듯했다.


2년 전 끔찍한 일을 겪은 A씨의 시간은 법정에서 또 한 번 멈춰 섰다. 강제추행과 유사강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은 재판을 두 번이나 미루고, 첫 재판에선 "피해자가 무고했다"고 큰소리쳤다. 심지어 재판 이틀 전에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며 시간을 끌었다. A씨는 이 모든 과정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


고통은 증인석에서 극에 달했다. A씨의 변호인조차 "판사님 태도가 의아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주심 판사는 A씨에게 "강간의 뜻이 뭐라고 생각하냐", "피고인을 좋아했던 것 아니냐", "합의 하에 했던 거 아니냐"며 범행 자체를 의심하는 듯한 질문을 반복했다.


A씨가 피해 직후 모든 것을 털어놓았던 친구들이 증인으로 나섰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판사는 친구들에게 "피해자가 무고한 건 아니고요?"라고 묻는가 하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답변에는 비웃음까지 보였다.


A씨는 "사건 이후 직장도 잃고 부모님께 말도 못한 채 고통 받고 있는데, 나를 보호해야 할 법정에서 조차 이런 취급을 받으니 숨을 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판사의 질문, '검증'인가 '가해'인가…법정 2차 가해 논란


성범죄 재판에서 판사가 피해자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은 종종 '진술 신빙성 검증'이라는 명분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그 수위가 도를 넘으면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2차 가해'가 된다. A씨의 사례처럼 변호인마저 문제를 제기할 정도라면 재판의 공정성마저 의심받을 수 있다.


법무법인 조율의 조가연 변호사는 "판사의 질문이 공격적으로 느껴졌더라도, 그 자체가 곧 무죄 선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피해자가 겪는 2차 피해는 법적으로도 꾸준히 문제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역시 '성희롱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7두74702 판결).


검찰은 '유죄 확신'했는데…판사 심증만으로 무죄 뒤집힐까


A씨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죄 판결'이다. 경찰이 일주일 만에 사건을 검찰에 넘기고, 검찰이 강제추행 혐의까지 추가해 징역 3년을 구형할 만큼 혐의가 명확해 보였지만, 판사의 태도 하나에 모든 것이 뒤집힐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정중동 김상윤 변호사는 "판사의 태도가 유독 피고인 쪽에 기울어져 있고 피해자의 신뢰할 만한 진술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무죄 선고의 가능성도 실질적으로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 역시 "판사의 질문은 심증을 드러내는 것일 수 있어 무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홍현필 변호사는 "무죄가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된다"며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수사기관이 혐의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한 것은 유죄를 확신한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도 "판결은 3명의 판사가 모든 증거와 정황을 종합하여 합의를 통해 내리는 것"이라며 "한 판사의 의문 제기만으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1심이 끝이 아니다…'항소심'이 진짜 승부처인 이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 사건은 1심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무죄가 선고되면 검찰이, 유죄가 선고되면 피고인이 항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항소심'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어느 경우든 항소심 재판이 진행된다고 보아야 한다"면서 "대법원은 법률심이라 사실관계 오인(사실을 잘못 판단함)이나 양형부당(형량이 부당함)으로는 상고할 수 없어, 대부분의 형사사건은 항소심이 마지막 단계"라고 설명했다. 즉, 1심 판사의 편향된 태도나 잘못된 판단이 있었다면 항소심에서 바로잡을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만약 무죄 판결이 나온다면 즉시 검사에게 항소를 요청하고, 항소심에서 1심 재판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변호사들은 "피해 사실을 다시 정리한 의견서를 제출해 판사의 잘못된 인상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A씨의 2년에 걸친 고통은 이제 법원의 판단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사건의 유무죄를 넘어, 성범죄 피해자를 대하는 사법부의 태도와 국민의 사법 신뢰에 대한 준엄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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